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비트코인 현물 주가지수연계펀드(ETF)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 같은 가상자산 공약이 실현되면 한국도 빠른 시간 안에 가상자산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데니스 포터 사토시액션펀드 최고경영자(CEO)는 4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5 VIP 데이’ 행사에서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산업을 지지하고 이를 뒷받침하려는 의지를 가진 국가 지도자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고 디센터와 런앤이매진이 공동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비트코인 콘퍼런스 ‘비트코인 서울 2025’는 이날부터 6일까지 사흘간 개최된다. 올해 행사에는 30여 개국에서 약 1500명의 가상자산 전문가와 기관투자자,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코인 비축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 포터 CEO는 “세계 각국이 가상자산 산업 분야를 선도하려고 경쟁 중”이라며 “지도자의 의지가 향후 5~10년 안에 경쟁력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8840억 달러 규모의 국민연금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인물”이라며 “비트코인 ETF를 포함해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친 가상자산 공약이 실현된다면 한국도 빠른 시간 안에 가상자산 선도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대한민국을 디지털 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며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가상자산 산업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윤석열 정부와는 달리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과 홍콩, 캐나다 등 주요 국가는 이미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했으며 일본 역시 관련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포터 CEO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트코인 정책’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 비트코인 전문가이자 유명 팟캐스터인 스테판 리베라는 “이 대통령이 친 가상자산 공약을 내건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세계적 흐름에 맞춰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테더(USDT)와 유에디스코인(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공백을 틈타 국내 시장에 침투하면서 국부 유출이 심화하고 통화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포터 CEO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긍정적인 시도로 보이며 수요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국가 외부에서 수요가 없더라도 자국 금융 시장에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므로 모두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시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SBR) 방안도 소개됐다. 포터 CEO가 이끌고 있는 사토시액션펀드는 미국 내 SBR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지금까지 8건의 친 비트코인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유권자 청원과 연구 보고서 등 입법 기반 구축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SBR 법안을 통과시킨 주는 뉴햄프셔다. 지난달 6일 통과된 ‘HB 302’ 법안은 주 정부 준비금의 최대 5%를 비트코인으로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애리조나가 두 번째로 미국에서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 애리조나의 SBR 법안은 예산을 따로 배정하지 않고도 비트코인을 비축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포터 CEO는 “애리조나는 버려진 자산을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 바꾸는 길을 전 국민에게 보여줬다”며 “납세자 부담을 늘리지 않는 재정 전략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텍사스도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한 SBR 법안을 주지사에게 송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