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은행 고객들이 10월부터 지점에서 다른 은행에 있는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이체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특정 은행 점포만 찾아도 조회와 이체, 인출 등의 업무가 가능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과 국내 은행 15곳으로 구성된 오프라인 오픈뱅킹 태스크포스(TF)는 다음 달 말 내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시범운영(CBT)을 한 달여간 시행할 예정이다. 이후 10월 말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고객이 A은행 점포에 방문하면 A은행 계좌에 대해서만 거래 업무가 가능했다. 오프라인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A은행에서 고객의 모든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은 A은행에서 타행 계좌의 잔액을 조회하거나 A은행으로 송금을 받고 인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에서 자신의 신한은행 계좌 잔액을 조회하거나 신한은행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을 KB국민은행으로 이체할 수 있다. 신한 계좌 잔액 조회와 타행 이체는 신한은행에서만 가능했다. 앞으로는 B은행에서 A은행 계좌를 거쳐 C은행으로 송금하는 타행에서 타행 간 이체 거래도 가능해진다.
금융 당국은 14세 이상부터 이용이 가능한 온라인 오픈뱅킹과 달리 오프라인에서는 성인에게만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 사고 가능성과 청소년의 점포 이용률이 낮은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일 송금 및 거래 한도는 온·오프라인과 합해 1000만 원 이하로 제한한다. 태스크포스 관계자는 “오프라인 오픈뱅킹의 주요 이용자가 송금이나 인출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고령층이 될 것이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오픈뱅킹 도입이 본격화된 지 6년 만에 오프라인 영역까지 인프라가 확장되면서 은행 지점이 부족한 지역의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 체감할 만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5060세대도 간단한 은행 업무는 디지털로 보는 추세지만 아직도 점포 이용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며 “이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년간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지속해 줄어들고 있다. 점포 이용도가 높은 디지털 취약 계층, 고령층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국내 은행의 지점 수는 5521곳으로 2023년 2분기 말 5740곳에서 219곳 감소했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 적절한 수익성과 경영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점포 수를 줄이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여전히 오프라인 서비스 이용을 선호하거나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고객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나 소외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프라인 오픈뱅킹은 금융 접근성을 유지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