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델라흐만 대사 인터뷰…"스마트시티 14곳 등 한국 투자 장려""한-이집트 직항노선 재개 필요…많은 이집트 드라마 한국 드라마에 기반"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노재현 기자 = 칼리드 압델라흐만 주한 이집트대사는 24일 한국이 이집트와 진행 중인 FA-50 경공격기와 대전차미사일 수출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압델라흐만 대사는 이날 서울시 용산구 이집트대사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이집트의 방위산업 협력과 관련해 "FA-50 경공격기와 대전차미사일의 수출 가능성에 대한 협상이 희망적이고 옳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양국 간 깊어진 전략적 파트너십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중동의 군사강국 이집트를 상대로 FA-50을 비롯한 방산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까이는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지난달 국내 방산업체들과 함께 이집트를 방문했다.
압델라흐만 대사는 특히 선진 방산 기술을 가진 한국이 이미 나름의 산업기반과 인력을 갖춘 이집트의 '방산 국산화'에 도움을 준다면 높이 평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올해 한-이집트 수교 30주년(4월 13일)을 맞아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전방위 확대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양국 협력이 유망한 분야로 방산뿐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을 꼽았다.
그는 "이집트는 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교통과 같은 분야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 카이로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신행정수도를 비롯해 스마트시티가 전국적으로 14개나 건설 중에 있다면서 광섬유 등 초고속인터넷망, e-모빌리티 분야 등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대사는 "최근 모로코에서 2조원 넘는 규모의 전동차 사업을 수주한 현대로템만 해도 앞서 우리 카이로 시내 지하철 3, 4호선 전동차 40칸을 우선 납품해 운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인구 1억800만명의 이집트는 지중해, 홍해를 양쪽에 끼고 수에즈 운하를 둔 지리적 위치상 다른 아프리카 나라뿐 아니라 중동과 아랍권, 유럽까지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 LG 등 대기업 20∼30개를 비롯해 한국기업 100개 이상이 이집트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수에즈운하 경제자유특별지구의 가까운 수송로 이점 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집트 엘다바에서 원전을 건설 중이다.
그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맞서 한국이 이집트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 교역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입장에서는 대(對)한국 무역에서 대체로 공산품을 중심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만큼 향후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파, 감자 등 자국 농산물 수입을 늘리면 양국에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이집트를 잇는 정기 직항 항공편의 재개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이집트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수가 늘어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특별전세기를 운용했다"면서 직항편 재개를 위해 양국 정부뿐 아니라 항공사까지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류와 관련, 압델라흐만 대사는 "아랍권의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이집트에서 많은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젊은 층이 특히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자신도 '기생충', '사랑의 불시착',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즐겨봤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재개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의 조속한 휴전을 촉구하면서 "이집트는 가자지구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던 땅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지지구 주민들을 이집트와 요르단 등 인접국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대신 가자 지구를 미국이 접수해 재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압델라흐만 대사는 초토화된 가자지구에 평화가 찾아와 재건 사업에 들어가면 한국 건설사 등도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압델라흐만 대사는 다음달이면 발발 2주년을 맞는 인접국 수단 내전과 관련해 이집트가 수단에서 넘어온 난민들에게 보건, 교육 등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에는 '난민캠프'라는 것이 따로 없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사회에 정착해 사업도 하고 집세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이 생존을 위해 마지못해 피란 온 것일 뿐 모든 난민이 가난하다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일찍이 파리드-엘 아트라시라는 시리아 난민 출신 배우도 이집트에서 활동하며 국민배우급 인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nojae@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