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해 정국이 혼란을 겪으면서 내년 초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에 대한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요금 인상까지 불발될 경우,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1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내년 1분기 적용될 전기요금에 대해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매분기 발표되는 전기요금은 한전이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연료비조정단가를 산자부에 제출하면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이달 초순부터 논의를 거쳐 20일전후로 결정돼야하지만 시작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한전·가스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적인 요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예기치 못한 정치혼란으로 이같은 논의가 어려워졌다.
정부 측 관계자는 “내년 1분기에 적용될 전기·가스요금 논의를 못한 상태”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좌초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전 및 가스공사의 재무적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요금에 제때 반영치 못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안고 있다.
한전은 3분기 말 기준 누적부채 204조 원, 누적적자 38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전기요금을 총 7차례, 49.4% 인상했지만 쌓여있는 적자를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가스공사 역시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하면서 약 14조 원 규모의 미수금을 안고 있다. 같은 기간 정부가 요금을 42.3% 가량 올렸지만, 미수금 규모는 7000억 원에서 13조 8883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특히 12·3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미수금 회수는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사실상 모든 에너지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어 환율이 급등하면 에너지 수입액도 커진다. 환율이 달러당 10원 오르면 한전 손실은 2000억 원에서 2400억 원 정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