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수습 방안도 안갯속에 빠졌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티메프가 절차를 중단하고 청산할지도 모른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10일 티메프 사태 피해자 단체인 검은우산비생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생 방안이 무산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 혼란으로 경제 불안이 심화해 새 투자자를 찾는 게 어려워졌단 것이다. 신정권 비대위원장은 “법정관리인이 새 투자자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때문에 M&A가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조인철 티메프 법정관리인은 지난 4일 영업 재개 설명회를 열고 “M&A를 통한 매각이 유일한 회생 수단”이라며 “50여 곳에 투자 설명서를 보냈고 2곳에서 인수 의향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영업 재개를 기대했던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떼인 돈 돌려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절망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양인철(36) 푸드조아 대표는 “투자자가 나타나더라도 카드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가 소극적이라 영업 재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는데, 이젠 투자 유치 자체가 더 불확실해졌다”라고 말했다.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김모(40)씨는“지금 시국을 보면 투자 유치를 통한 영업 재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같다”라며 “디지털 가전은 원래 경기를 많이 타는 품목이라 매출이 줄고 있었는데, 떼인 돈도 언제 돌려받을지 모른다니 참담하다”라고 말했다. 조사위원을 맡고 있는 한영회계법인은 회생 절차를 유지할지 혹은 기업을 청산할지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3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티메프 방지법’ 기약 없이 표류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 논의도 멈췄다.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 정산, 판매 대금 50% 별도 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PG(지급결제대행)사의 미정산자금 전액에 대해 별도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2개의 법률 개정안은 각각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됐다.
여야는 법률안을 두고 의견을 대립하다 지난 3일 밤 일어난 비상계엄 사태 이후 논의를 중단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금융위는 전자금융거래법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여야 위원들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처리를 미뤘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비상계엄 사태 직전인 3일 법안심사제2소위에 상정됐지만,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을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됐다. 정무위 관계자는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 개최 일정은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의 집단 분쟁은 다음 주 안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티메프 여행·숙박·항공 상품 집단 분쟁조정 사건 3차 심의가 13일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현재 20일까지인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빠르게 결론을 낼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7월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피해를 복구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라며 “기업을 다시 살릴지 말지 등 여러 결정을 빠르게 내려 하루라도 빨리 피해를 복구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