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회복 강조 vs. 실효성 의문
경영권 분쟁 속 각기 다른 해결책 제시
표 대결 앞둔 임시주총…주주 선택 향방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간의 공방이 내년 1월 23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격화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하락과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대대적인 개혁안을 제안했다. 고려아연은 즉각 이를 반박하며 MBK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맞섰다.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 문제와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발표했다.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 중인 MBK는 이날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논란의 근본 원인을 지배구조 한계로 지적하고, 집행임원제 도입 등 개혁안을 제안했다.
MBK는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고려아연의 주주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총주주 수익률(TSR)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2023년 한 해 동안 -5%로 음수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같은 기간 KOSPI200 인덱스(22%)나 MSCI 동종산업 인덱스(13%)와 비교해도 저조한 성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MBK는 최 회장 체제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사업 투자와 친인척 관련 거래 등이 반복되며 회사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2019년 이후 약 1조3000억원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됐으며, 일부 투자 사례는 배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MBK는 집행임원제 도입과 전문 경영인 체제 전환을 제안하고, 이사회 내 투자심의위원회 신설, 내부거래위원회 격상 등의 대안을 내놨다. 또한 주식 액면분할, 자사주 소각, 배당정책 공시 정례화를 통해 주주 환원율을 높이고, 감사위원 선임 시 소수 주주 추천제 도입 등을 통해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MBK가 제안한 방안들이 이미 회사가 추진 중인 정책과 대동소이하다며, 오히려 회사의 장기 비전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소각과 배당정책 공시 정례화 등은 이미 발표한 주주친화 정책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2023년 기준 주주환원율을 76%까지 끌어올리며 국내 최고 수준의 주주친화 정책을 실현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MBK가 집행임원제 도입을 통해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집행임원제가 반드시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일본 소니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에서는 집행위원제를 시행한 소니가 이를 도입하지 않은 토요타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더구나 MBK가 제안한 방안은 영풍조차 도입하지 않은 제도라며 실효성을 의심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자사의 지배구조가 영풍보다 더 투명하다면서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이 중 53%인 7명 사외이사이며, 기타비상무이사 등 외부인사 비율이 70%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영풍은 이사회 구성은 총 5명에 불과해 법적 최소 요건만 맞춰 이사회를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MBK는 회사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주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MBK는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와 대규모 유상증자를 강행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는 법원의 승인을 받은 합법적 절차라며, MBK의 M&A 시도가 고려아연 임직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MBK가 기업의 장기적 비전보다 단기적 수익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MBK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고려아연 사업 확장 로드맵에서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중장기 과제로 분류하거나, 사업 구조를 오해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