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비전 제시 없이 고려아연 기업가치 훼손"
"영풍의 낮은 기업가치와 거버넌스는 외면"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고려아연은 11일 경영권 분쟁 중인 MBK 파트너스를 향해 "최윤범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고려아연이 최소 1조2000억원을 이사회의 적정한 관리 없이 집행했다는 억지 주장과 함께 해당 투자로 3조4000억원의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는 가짜뉴스를 내놨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MBK는 '기회 EBITDA 손실'과 '기회 기업가치 손실', '기회 주주가치 손실' 등 일반적으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개념을 임의적으로 적용하는가 하면 가정과 추정, 추측에 기반한 자료로 시장과 주주, 언론을 현혹시키고 고려아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MBK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자원순환 등 신사업 관련 투자 5820억원, 펀드 투자 등 단순투자 금액 약 5690억원, 자사주 공개매수 비용 9000억원 등을 적정한 사업에 투입했을 경우 3조4000억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고려아연은 "이는 MBK가 고려아연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계획이 없고, 경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또한 유휴자금을 활용한 재무투자 활동과 사업적 투자 활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해 인위적인 수치를 만들어낸 '통계 왜곡'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 자신들이 기습공격을 통해 시작한 투기적 약탈자본의 적대적 M&A를 막아내기 위해 투입된 자사주 공개매수 비용마저 더해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의 핵심인 자원순환을 책임지는 이그니오홀딩스를 포함한 페달포인트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진출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밸류체인 강화 등을 통해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액을 1조1656억원으로 대폭 증가시켰고, 당기순손실도 307억원으로 줄이는 등 사업확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페달포인트는 고려아연이 미래 신사업으로 낙점한 '친환경 동(구리)'을 생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원료 수급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를 포함해 현재 연간 3만4000 톤 정도의 전기동 생산량을 2028년까지 연산 15만 톤으로 증설하겠다는 목표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4월에는 스크랩 메탈원료 트레이딩 기업 캐터맨을 인수했고, 지난 9월에는 국내 로보틱스 분야 강소기업인 로보원을 인수해 델타로봇을 미국 사업장에 배치해 생산성 증대를 모색하고 있다.
자원순환사업, 특히 동(구리) 시장은 미래 성장성이 매우 크다. IEA가 최근 발표한 '핵심광물 재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구리 스크랩 발생량은 2023년 1600만 톤에서 2050년 2700만 톤까지 늘고,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구리 스크랩은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3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려아연은 "신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MBK는 미래에 대한 중장기 사업계획이나 비전 없이 오직 '지금 당장의 실적'만을 기준으로 페달포인트와 고려아연의 자원순환 사업을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신사업이자 미래성장동력인 자원순환 사업의 구조와 밸류, 장기적 가치 등 고려아연의 트로이카드라이브에 대한 기본적인 몰이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분석이자, MBK가 고려아연 신사업을 추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에 대한 투자를 1년이 넘는 장기간의 검토와 분석을 통해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가치 산정과 확보 지분율, 투자금 사용처, 이사회 구성과 같은 중요 내용을 살폈으며, 글로벌 전문 컨설팅업체를 통한 재무와 세무실사(K사), 법률실사(S사), 환경실사(R사)를 수행했다.
특히 매수자문사로 글로벌 투자자문사인 J사를 선정해 거래 관련한 내용 전반에 대한 조율 및 가치평가를 실시했고, 고려아연 역시 핵심 기술진들이 기술 수준 확인 작업 등도 진행했다.
이런 내용들은 경영진 보고와 함께 이후 이사회 보고절차도 이뤄졌다. 인수 대상 기업의 기업가치와 인수금액, 인수 지분 등 주요 내용에 대한 몇 차례 설명 후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투자가 이뤄졌다.
고려아연은 "특히 해당 기업의 인수는 영풍 장형진 고문 역시 2차례에 걸쳐 이에 동의했다"며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 해당 건에 대한 허황된 주장을 MBK와 함께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펀드 투자 등 재무적 투자의 경우 일부 펀드를 조기에 청산해 투자금을 회수했고 나머지 펀드에서는 오히려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MBK 측은 펀드 투자가 마치 전액 손실이 발생된 것처럼 전제하고, 이를 사업적 투자에 투입했을 경우 예상되는 결과를 가지고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는 허황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MBK의 억지 주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며 "자신들이 기습공격을 통해 시작한 투기적 약탈자본의 적대적 M&A를 막아내기 위해 투입된 자사주 공개매수 비용마저 더해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원인제공자가 남 탓을 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MBK의 M&A가 없었다면 자사주 공개매수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 자금으로 신사업에 투자했더라면 오히려 수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의 증대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또한 업계 일각에서는 MBK의 M&A로 인해 고려아연의 부채가 증가하고 투자능력이 떨어지는 등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는 함께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하고 있는 영풍의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2019년 3월 22일부터 2024년 9월 12일까지 고려아연 시가총액은 8조7085억원에서 11조5110억원으로 32.2%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영풍의 시가총액은 1조 5252억원에서 5471억원으로 64.1% 감소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임직원과 주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온 세계 제1의 비철금속 기업을 MBK가 통계왜곡과 억지 주장으로 폄하하고, 오히려 적대적 M&A를 통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은 작년 12월 인베스터데이에서 강조한 장기비전과 계획에 따라, 2033년 매출액 25조원 달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2차전지 소재사업, 자원순환 사업 등을 차근차근 착실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