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초기에 발굴하는 등 고성장 기술주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계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가 주가가 너무 오른 대형 기술주보다 수도·전신주 미국 인프라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투자가 저조했던 미국·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엄청난 건설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베일리기포드의 파트너인 스튜어트 던바는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며 “50년 동안 투자가 부족해 말 그대로 다리가 무너지는 등 더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골재 공급업체나 배수 시스템 공급업체 등이 예상하지 못한 성장의 원천이 될 것”이라며 정화조 등 배수 솔루션 제조사인 어드밴스트 드레이니지 시스템즈(WMS)와 목재·전신주 등을 공급하는 스텔라-존스(SJ) 등의 기업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베일리기포드는 테슬라와 메타, 아마존과 같은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초기 베팅으로 유명해진 운용사다. 그는 기술주와 달리 인프라 기업 투자가 얼핏 지루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기존 ‘성장주 투자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던바는 “우리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 있게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을 찾기 위해 필요한 곳은 어디든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를 유명하게 만든 미국 대형 기술주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주식의 중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다. 던바는 “미국 대형 기술 주식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인해 비중을 축소하는 중”이라며 “회사로서도 이례적인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 중이라면서도 회사가 최근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낮춰 잡았다고 짚었다. 던바는 “AI 데이터센터용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는 예상 수익의 34배에 거래되고 있는데 AI 애플리케이션에서 의미 있는 가치가 나오기 시작하지 않는 이상 이런 성장이 계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에 대해서도 “AI가 구글의 킬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기차 산업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의 관세 위협에도 불구하고 중국 비야디(BYD)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BYD는 테슬라 절반의 가격으로 테슬라보다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든다”며 “다만 테슬라는 놀라운 로봇 및 에너지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