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 "TDF 라인업 강화…퇴직연금 선두 추격할 것"

2024-12-11

“퇴직연금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장성이 큰 시장입니다. 앞으로 3~4년 뒤 퇴직연금 시장에서 하나자산운용의 존재감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김태우(사진) 하나자산운용 대표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 주자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퇴직연금 적립금 장기 추계와 자본시장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말 382조 4000억 원에서 2040년 1172조 원으로 커진다. 하나자산운용은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설계된 생애주기형 펀드인 TDF는 초기에는 주식과 같은 위험이 큰 자산에,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에 비중을 두고 투자한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TDF 설정액은 10조 4162억 원으로 2016년 말(663억 원) 대비 무려 160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 대표는 일단 “TDF 상품 라인업을 늘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하나자산운용의 TDF 시장 내 점유율은 1%(설정액 기준)도 채 되지 않는다. 사업 파트너였던 스위스계 금융그룹 UBS와의 합작 관계가 마무리되면서 아무래도 TDF에 공을 들이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이 현대자동차에 자체 엔진이 아닌 미쓰비시 엔진을 사용했더라면 지금의 현대자동차그룹은 없었을 것”이라며 “현재 타 운용사 TDF들로 주로 구성돼 있는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을 우리 상품으로 완전히 바꾸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하나자산운용의 강점인 글로벌 주식형 EMP 펀드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TDF 성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MP 펀드는 자산의 절반 이상을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해 분산 효과를 극대화한 상품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연초 권정훈 전 다올자산운용(옛 KTB자산운용) 멀티에셋본부장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영입하는 등 라인업도 강화했다.

운용 능력은 외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올 6월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제치고 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 주식 EMP형 위탁 운용사로 최종 선정됐다. KIC는 위탁 운용사에 연말까지 2억 달러(약 2850억 원)를 우선 출자하고 향후 운용 성과에 따라 2억 달러를 더 출자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ETF 경쟁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TF 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한 지금이라도 기회가 충분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4월 기존 ‘KTOP’에서 ‘1Q’로 브랜드명 교체를 단행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김 대표는 “무리한 확장보다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겠다”며 “하나자산운용이 가진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의 강점을 살려 관련 상품을 선보였고 특히 국내 대기업 그룹 채권에 투자하는 ETF(하나 1Q 현대차그룹채권&국고통안)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반응도 고무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 4월 출시한 ‘1Q 머니마켓액티브’ ETF는 출시 6개월여 만에 설정액 5000억 원을 돌파했고 ETF 순자산도 지난 연말 3902억 원에서 올 11월 1조 2933억 원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후발 주자지만 고객에게 최고의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철학으로 질적 성장뿐 아니라 양적 성장에도 신경 썼다”며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전략을 기반으로 한 ETF 상품을 추가 개발해 고객 수요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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