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블록체인 프로젝트 솔라나는 두 번째 스마트폰 '시커(Seeker)'의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순식간에 15만 대 이상의 사전 주문이 몰렸다. 기자도 당시 500달러(약 70만 원)를 내고 사전 주문 행렬에 동참했다.
그로부터 약 1년 7개월 만에 받아본 시커폰은 일반 스마트폰과 외형이 비슷했지만 블록체인 서비스에 최적화된 기능이 눈에 띄었다.
우선 스마트폰을 켜자 언어 선택이 나왔다. 시커폰은 한국어를 지원한다. 이후 몇 단계를 거치면 '새 시드 생성'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필수적인 지갑을 만드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서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해당 블록체인 지갑을 새로 내려 받아 깔고 다시 서비스와 연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시커폰을 쓰면 자동으로 지갑이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폰에 지갑이 탑재돼 있어 별도의 단계 없이 서비스와 바로 연동할 수 있다. 누구나 손쉽게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진입장벽을 크게 낮춘 것이다.

'새 시드 생성'을 누르자 24개의 시드 문구가 등장했다. 시드 문구는 지갑의 비밀번호 역할을 하는 복구용 단어 조합이다. 시커폰은 이를 적을 수 있는 전용 종이(사진)를 제품 안내서에 포함해 제공했다. 탈중앙 지갑 특성상 분실할 경우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직접 시드문구를 기록해 보관해야 한다.
지갑 생성을 마치자 일반 스마트폰과 동일하게 홈 화면이 커졌다. 홈 화면에는 지갑(월렛)과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디앱) 스토어가 탑재돼 있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샀을 때 삼성월렛과 갤럭시스토어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는 것과 같다.
지갑에서는 솔라나를 비롯한 각종 가상자산을 관리할 수 있었다. 거래 불가능한 대체불가토큰(NFT)인 시커 제네시스 토큰도 발행됐다. 이 토큰은 해당 기기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는 이를 기반으로 ‘HongGilDong.skr’과 같은 개인 지갑 주소를 만들 수 있다. 지갑에서 솔라나를 곧바로 스테이킹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아울러 온체인 활동과 디앱 사용량을 확인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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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커폰은 지문을 등록해 지갑에서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쉽게 인증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후면 가운데 '시드 볼트(Seed Vault)'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 부분에 지문을 등록하면 지문 인식으로 로그인하고 두 번 탭해 거래를 승인할 수 있다.

디앱스토어는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와 유사한 구조다.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탈중앙화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디핀·DePIN), NFT 등 11개 카테고리의 디앱이 등록돼 있다. 기존에는 모바일에서 지갑과 디앱을 연동하는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시커에서는 서비스를 내려받는 즉시 내장된 지갑과 손쉽게 연동이 가능했다. 기자가 솔라나 기반 디파이 프로토콜 지토를 설치했을 때도 1초 내로 지갑 연결이 완료됐다. 다만 모든 디앱이 시커 월렛을 지원하는 건 아니다. 시커는 아직 초기 단계로 생태계 확장이 본격화되면 기능이 개선될 전망이다.
에밋 홀리어 솔라나모바일 총괄은 “현재 15만 대 이상의 기기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개될 새로운 계획에 시커 사용자들이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스마트폰은 더 이상 실험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시커는 지갑과 디앱을 통합한 구조로 블록체인 서비스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며 모바일 중심의 웹3 생태계로 가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솔라나 시커는 완성형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블록체인 생태계의 미래를 품은 실험적 플랫폼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시커의 주요 사양은 △8GB 램(RAM) △128GB 저장공간 △6.36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