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마치고 출출해진 쉬첸후이(徐千慧)는 간식을 찾아 심야 라이브방송을 켰다. 젊은 여성 진행자가 시청자와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견과를 소개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쉬첸후이는 5분이 지나서야 진행자가 인공지능(AI)봇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실제 사람과 같고 댓글에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반응했다"면서 AI 진행자는 실수나 머뭇거림 없이 800명이 넘는 시청자들과 소통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때 화면 반대편의 안후이(安徽)성 우후(蕪湖)시에서는 한 대의 컴퓨터로 4명의 AI 진행자를 조작하고 있었다. 밤새도록 고객의 문의에 자동으로 응대하는 이 AI봇은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스트레스로부터 사람을 해방시켜준다.
수많은 AI 애플리케이션이 생겨나면서 이번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 기간에는 AI봇이 온라인 쇼핑 진행자로 등장하게 됐다. '솽스이'는 10월에 시작돼 11월 11일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 축제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소셜미디어(SNS)의 인플루언서나 전문 판매원을 라이브커머스 진행자로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제품을 소개하고 구매자와 소통을 진행하며 매출을 끌어올린다.
중국공연업협회 온라인공연(라이브방송)분회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지난해 12월 기준 1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온라인 방송 진행자를 본업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기업 싼즈쑹수(三隻松鼠)의 라이브방송 서비스 담당자 한웨이(韓偉)는 "24시간 라이브방송을 하려면 약 6명의 진행자가 필요하고 실제 사람이 진행하려면 스튜디오, 조명 및 기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AI 진행자를 이용하면 라이브방송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웨이는 "요즘은 잠들기 전에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실제 사람이 일하기에는 까다로운 시간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지칠 줄 모르고 안정적이며 정확한 AI 진행자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번 '솽스이' 행사 기간 AI 직원들이 심야 시간대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가상인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롼성위저우(孿生宇宙)테크회사의 쑨징(孫靜) 사장은 자사의 AI 진행자는 타깃층에 맞게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쑨 사장은 몇 장의 사진만 있으면 AI 아바타를 만들 수 있고, 몇 시간의 컴퓨터 학습으로 곧바로 투입 가능한 진행자를 트레이닝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소형 라이브방송실의 기술적 문턱을 크게 낮춰줄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열정과 순발력이 필요한 황금시간대의 경우에는 AI 진행자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쉬첸후이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실제 진행자와 달리 AI 진행자는 다소 평이하고 너무 온화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5분 정도 지나니 설득력이 떨어졌다고도 했다.
이에 한웨이와 동료들은 피크 시간이 아닌 심야 등 시간대에만 AI를 사용해 상세하고 반복적인 설명이 필요한 제품을 홍보하고, 가장 바쁜 시간대는 실제 진행자에게 라이브방송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향후 AI에 의해 라이브커머스 진행자라는 직업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싼즈쑹수의 라이브커머스 진행자 커커(可可)는 "AI는 경계가 없으며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컴퓨터와 고유한 인간으로서 차별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신화통신
정리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