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장영향 조사 패싱했나…정부, 스타링크 졸속 승인 논란

2025-10-12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저궤도 위성통신 기업 스페이스X의 한국 지사인 스타링크코리아에 졸속으로 사업 승인을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위성 통신이 기간 산업인만큼 사업 승인 전 시장 파급효과 등을 조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 과정이 사실상 생략됐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야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과기정통부는 ‘저궤도 위성통신서비스 확산에 대응하는 통신정책 방안 연구’ 용역을 공고했다.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국내 통신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해외 사례,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뭐가 문제야

문제는 과기정통부가 이 연구 용역을 공고한 시점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스타링크코리아와 스페이스X 사이의 국경 간 공급협정을 승인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스타링크코리아가 미국 모회사인 ‘스페이스X’로부터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공급받아 국내에 보급하려면 ‘국경 간 공급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과기정통부로부터 승인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통신 서비스의 안정성, 국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정보 보호 조치 여부 등을 평가해야 한다. 근데 관련 연구를 이미 승인이 4개월이나 지난 시점인 9월에 공고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졸속 승인’ 논란이 불거졌다. 홍사찬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스타링크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하자가 없어 승인했다”며 “연구 용역의 경우, 파생 기술이 나오면 이에 발맞춰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공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4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도입과 통신 단말 개설절차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전파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는 등 스타링크의 승인 절차를 서둘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상에만 머무르던 통신 기술이 저궤도까지 확장하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비지상 네트워크’(NTN)의 파생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도입 속도를 끌어올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NTN은 지상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등 단말기에 직접 신호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이다. 이를 지상 네트워크와 연결하면 5세대 이동 통신(5G)을 보완하고, 6세대 이동 통신(6G)을 개발할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해

스타링크는 저궤도(지구 표면에서 약 200~2000㎞) 위성으로 인터넷을 공급하는 서비스다. 정지 위성(고도 3만 5800㎞)보다 더 빠르고 안정적이며 통신 지연 시간도 짧다.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의 기반 기술로 저궤도 위성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스타링크도 단기적으로는 국내에서 해운·항공업계 등 통신 사각지대에 먼저 적용이 되겠지만, 향후 다양한 산업에서 영향력을 넓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한국은 이제 걸음마를 뗀 단계다. 과기정통부는 2030년까지 총 3006억원을 들여 한국형 저궤도 위성 2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스타링크는 현재 저궤도 위성 7000여기를 운용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19일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 관련 검토 보고서’를 통해 국외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자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이용자 정보 보호가 어렵고, 나아가 국가 안보까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외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자는 국내에 지상 통신망을 구축하지 않고 데이터를 해외에서 처리한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 “국외 위성통신 사업자의 경우 정부가 직접 저궤도 통신망에 대한 보안 검증을 하기 어려워 국방 데이터도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반응은

업계에서는 다가올 스타링크의 국내 진출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방산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드론 부대, 무인 전투함 등 미래 무기체계에 저궤도 위성 기술의 확보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방산업체 LIG넥스원의 유재관 무인체계연구소장은 “무주공산인 이 시장을 국외 사업자에 넘겨주면, 앞으로 영영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럼 비상 상황일 때마다 스페이스X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이 저궤도 위성 시장의 후발주자인만큼 부가 서비스 시장이라도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스타링크코리아와 재판매 계약을 맺은 SK텔링크 관계자는 “저궤도 위성을 도입해 실증 횟수를 늘려야 데이터와 노하우가 쌓이고, 관련 기술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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