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장마가 이어지면서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날씨 여파로 손님이 줄고 재룟값은 크게 치솟은 상황에서 식중독 우려까지 덮치면서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김밥집 식중독 사건의 파장을 우려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앞서 서울 서초구의 유명 브랜드 김밥집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해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청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비슷한 의심 증상을 보인다고 신고한 인원만 200여명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식재료비와 인건비가 올라 어려운 상황에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5년 차 김밥집 사장이라고 소개한 A씨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과거에도 식중독 사태로 매출이 반 토막 난 경험이 있다”라며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악몽 같다”라고 적었다. 김밥집을 8년째 운영 중인 사장 B씨도 “식중독 사건 이후로 6건의 단체 주문이 줄줄이 취소됐다”라며 “식중독 이슈 때문에 비수기라니 안타깝고 화 난다”라고 했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여름철은 두려운 시기로 통한다. 나들이철인 봄·가을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비수기인 데다 매년 터지는 식중독 사고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여름철에 흔한 살모넬라 식중독은 총 204건 발생했는데 7~9월에만 107건(52.5%) 집중됐다. 발생 장소로는 음식점(63%)이 압도적으로 높다. 주요 원인 식품은 달걀말이, 달걀지단 등 달걀 조리 식품과 김밥, 도시락 등 복합조리식품이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한번 크게 터지면 해당 가게뿐 아니라 업계 전반으로 불안감이 확산하는 데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한동안 바깥 음식 사 먹기가 꺼려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64세 황모씨는 “이런 뉴스를 보면 외식하는 게 겁이 난다”라며 “당분간 귀찮아도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 안전 문제는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위생 이슈가 한번 터지면 전반적으로 소비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관련 교육을 하고 업주들도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소비자 불안을 줄이기 위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적극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업계에선 식중독 예방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식약처는 지자체와 함께 음식점 대상으로 위생 수준을 진단하고 영업장 실정을 고려한 개선 조치를 제시하는 등의 식중독 예방 진단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연간 건수는 1만건에 그친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자체서 일괄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형편에 따라 음식점 신청을 받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국장은 “현재 중앙회 차원에서 40만 여 회원사 대상으로는 대면 교육을 하고 있는데 회원사가 아닌 곳들은 사각지대”라며 “정부가 전체를 관리 감독하기 어렵다면 외식업중앙회나 프랜차이즈협회 등 관련 협회·단체라도 현장 교육을 할 수 있게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