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다는 어둠 뿐일까...탐사해보니 휘황찬란한 생명의 보고[BOOK]

2025-07-04

언더월드

수전 케이시 지음

홍주연 옮김

까치

햇빛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수심 200m 아래의 깊은 바다, 심해는 하늘의 우주처럼 오랫동안 인류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스웨덴인 올라우스 망누스가 1539년 제작한 지도 ‘카르타 라리나’에는 그린란드에서 노르웨이에 이르는 바다 곳곳에서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물속에 도사리고 있거나 배를 파괴하고 뱃사람들을 집어삼키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지금이야 과학이 고도로 발전해 심해 탐사가 이뤄지고 고화질 수중 카메라가 발명돼 깊은 바닷속의 신비로운 모습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지만, 에베레스트 높이보다 2000m 이상 더 깊은 곳도 있는 심해는 우리가 여전히 잘 모르는 분야다.

깊은 바닷속 이야기를 담은 『언더월드』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수전 케이시가 동승한 잠수정은 2019년 11월 카리브해의 바하마 해역에서 수심 1000m까지 내려가는 심해 탐사에 들어갔다. 빛이 흐릿한 수심 200m를 지나며 중층원양대라고도 불리는 박광층(200~1000m)에 진입했다. 유광층이 끝나는 부분에서 시작되는 박광층은 ‘심해의 맨해튼’과도 같은 곳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물들로 북적이는 대도시를 방불케 한다.

어두운 바닷속에서 육지의 반딧불 같은 생물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생물이 내는 빛들이 신호탄처럼 번쩍인다. 바다의 중층수역에서 생물발광은 생명의 핵심 요소이자 생존의 열쇠이다.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거나 빛나는 미끼를 매달고 다니면서 먹잇감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솔니앨퉁이, 샛비늘치, 독사고기, 드래곤피시, 귀신고기, 주름상어, 검은악마아귀, 통안어, 스푸크피시 등 형형색색의 경이로운 물고기 놀이터를 지나 드디어 수심 1000m에 달하자 폴리도테우티스 아다미 오징어와 커다란 해파리들이 유영했다. 수천조 마리의 물고기가 사는 걸로 추정되는 박광층은 그 놀라운 생명력 때문에 현재 산업형 어업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심해는 그저 어둡고 춥고 수압이 너무 강해 생물이 살지 못하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휘황찬란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속 생명이 사는 보고라고 지은이는 전한다. 지구 생물권의 95%는 심해다.

지은이 케이시는 이 책에서 박광층뿐만 아니라 무광층(1000~3000m), 심해저대(3000~6000m), 초심해저대(6000~1만 1000m)의 ‘바닷속 우주’ 탐험담도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묘사했다. 바다에 가라앉은 숱한 난파선들과 ‘아래로 내려가는 우주비행사’인 잠수정 조종사들의 이야기, 심해와 관련한 역동적인 과학, 대양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해저 자원 탐사와 채굴의 실태 등 심해와 관련한 온갖 흥미진진한 스토리들이 가득하다.

용의 콧구멍처럼 뜨거운 액체를 뿜어내는 열수공이 있고,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며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하고, 망가니즈·니켈·구리·코발트와 각종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된 곳이 심해다. 우리는 이제 겨우 그 일부만 접하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우리를 심해의 세계로 초대하는 길잡이다. 바다와 유난히 가까워지는 계절인 이번 여름에 책장을 넘기면서 시원한 심해를 탐험해 보는 것도 무더위를 즐기는 낭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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