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다시 돌아왔다. 육십갑자 순환 속에서 을사년은 유독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해로 기록되어 있다. 을사년의 지지인 ‘사(巳)’는 뱀을 상징하며, 이는 인류 역사에서 변혁과 치유, 위험을 동시에 상징하는 복합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 우리 역사에서는 주로 지혜와 생명력을 상징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세계사적으로도 이집트의 경우, 뱀은 우라에우스(뱀 모양 왕관)처럼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현재에도 사용되는 서양의학의 상징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Rod of Asclepius)에도 뱀이 주요 모티브인 것으로 보아, 서양에서는 주로 치유와 재생의 의미를 내포하여 왔다.
을사년에 벌어진 우리나라의 주요한 역사적 사건은 삼국시대부터 확인되는데, 525년 을사년(신라 법흥왕 12년)은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 공인이 이루어진 해로, 많은 토착종교를 추종하는 세력의 치열한 견제를 이기고 신라의 국가 체제가 종교적으로도 정비된 전환점이었다. 이는 이후 신라 내부의 이념통일에 기여하며 추후 삼국 통일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고려시대 을사년 중 1125년은 요나라가 멸망하고 금나라가 북중국을 장악한 시기로, 고려의 외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고려는 금과의 신속한 관계 재정립을 통해 요(거란)시대부터 이어진 동북아 3강(송, 금, 고려)에서 한 축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한다.
조선과 대한제국 시기에서도 을사년은 역시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1545년의 을사사화는 조선 명종 시기 당파간의 권력 투쟁이 극단으로 치달은 사건이었다. 대윤과 소윤의 대립 속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극단적인 정치적 분열의 여파는 국력의 쇠퇴로 이어져 결국 임진왜란을 초래하였다. 또한, 1905년의 을사늑약은 제국주의 일본에 외교권을 강제로 박탈당한 대한제국의 비극적 사건이었다. 당시 일본은 외교적 협박을 통해 한국을 보호국으로 전락시켰고, 이는 결국 대한제국의 국권 상실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사건들을 볼 때 심각한 내부 분열과 외교적 고립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중 근세 서양에서도 을사년은 중요한 사건들을 남겼다. 1545년, 유럽에서는 종교 개혁의 여파로 인해 트리엔트 공의회(Concilium Tridentinum)가 시작되었다. 이 공의회는 가톨릭 교회의 개혁과 반종교개혁의 기틀을 마련하며 유럽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1905년 을사년에 발생한 러일전쟁은 동아시아 패권의 판도를 재편했고, 동년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발표는 과학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꿨다. 이러한 사건들을 종합해 볼 때 우연인지 모르지만 을사년은 단지 한반도만이 아닌 세계사적으로도 주요한 변곡점이 발생한 특별한 해 였음을 보여준다.
2025년 현재, 우리나라는 다시 한 번 복잡한 정치적, 외교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소추 사태와 연 이은 항공기 추락참사 사건은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을, 외부적으로는 국가 이미지 실추를 초래하며 국제 사회에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국제적으로도 여전한 미·중 패권다툼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자국주의 중심의 트럼프 정권의 출범으로 우리의 경제, 외교, 안보 상황에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많이 아쉬운 점은 일련의 국내 사태로 K-팝과 드라마, 첨단 기술을 통해 쌓아온 그간의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많은 부분 훼손되었다는 사실이다. 외국이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은 우리 국익을 위한 경제적, 외교적 성취의 기초가 된다. 그러므로 빠른 시일안에 이를 반드시 회복시켜야만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들도 국가 위기상황을 맞아 당리당략을 떠나 자중하면서, 현명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 국가의 평판은 단순히 외교적 차원을 넘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과 태도가 축적되어 만들어 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국민들 역시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영리하게 처신하여야 한다. 정 많고 흥 넘치는 것이 장점일 때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임에도 전국민이 차분하고 이성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진정한 우리의 품격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때때로 지나치게 감정이 넘쳐나서 모든 것을 이성 보다는 감정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 국민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부분이다.
현재 우리의 정치, 경제, 외교적 상황은 내부적 이념적 갈등, 미국, 중국 간 패권 다툼 속에서 녹록치 않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역사적으로 어려운 시기 내부 분열과 갈등으로 나라가 큰 어려움을 겪었듯이 안보와 국익에 있어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일치단결하는 자세와 언제나 국익을 최우선 하는 실용적 사고와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성이 낮더라도 만에 하나 유사시를 대비하여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함은 기본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과거와는 달리 어느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국력과 국제적 위상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어려웠던 을사년의 교훈을 상기하고 명심하면, 2025년의 을사년은 단순히 과거의 위기를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의 해가 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세계사의 흐름과 국제정세의 변동을 직시하고 내부적으로도 다시 한번 국민적 통합을 이루고, 외교적 지혜로 국제적 도전에 대응한다면, 2025년 을사년은 시련의 해가 아닌 도약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우리 의료계와 치과계 역시 급격한 의대 정원 확충과 이로 인한 전공의의 파업 등으로 여전히 어수선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 미래 보건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의 국격에 걸맞도록 글로벌 의료계에서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보다 외향적인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역사상 우리민족이 보다 외향적일 때 우리는 민족사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과거의 을사년이 주로 분열과 혼란의 시기로 기록되었다면, 2025년의 을사년은 화합과 혁신의 시기로 새롭게 기록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우리 모두 힘내보자.
내일의 해는 반드시 뜨고,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더욱 밝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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