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최전선
패트릭 크래머 지음 | 강영옥 옮김
21세기북스 | 412쪽 | 2만5000원

1년 가까이 매주 기차여행을 다녀온 뒤 ‘미래의 세계’(원제 Zukunftswelton)를 보았노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허풍쟁이가 아니라 과학자다.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은 독일 내 38곳, 해외 4곳 지역에 있는 84개 연구기관이었다. 이 장소들은 모두 한 이름 아래 묶여 있다. 막스플랑크협회, 총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의 비영리 단체다.
30여년간 분자생물학을 연구한 저자는 막스플랑크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뒤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아주 특별한 여정을 밟았다. 그의 기록은 우주에서 시작해 지구와 생태계, 인류, 세포, 의학, 로봇과 인공지능, 양자, 환경, 에너지, 핵융합 등 다양한 과학 분야를 넘어 사회 변화, 법, 아름다움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순수한 호기심과 질문으로 현재까지 과학이 밝혀낸 것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질문들을 풀어낸다. 인류는 여전히 자연과 우주 앞에 무력한 존재이지만, 과학은 늘 새로운 행동의 가능성을 열어왔다. 1970년대에 산성비를 알게 된 뒤 화력발전 과정의 이산화황 배출을 차단하고, 1985년에 남극의 오존층 구멍을 발견한 뒤 프레온가스 사용을 막은 것처럼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래를 여는 연구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져도 “그 길을 계속” 걸어야만 가능하다. “변혁적인” 지식은 “기대하지 않았던 모퉁이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인지 몰랐던 발견들도 거대한 지식의 퍼즐 조각이 된다. 우주의 똑같은 대상을 관찰하던 두 지역의 천문학자들은 우연히 한 망원경의 위치 변화를 깨닫고, 해양 지진을 예측하게 됐다. 박테리아 연구는 인간 유전질환 치료의 열쇠가 되었고, 미세조류 연구는 난청 치료의 길을 열고 있다. 그는 탁월한 연구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전 세계의 다양한 연구 교류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쟁을 일으키고 과학기술을 홀대하는 국가 원수들은 누구를 위한 미래를 꿈꾸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