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과잉?…日 장비업체는 "한국 HBM 더 커진다" 투자

2024-09-19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론’에 19일 한국 반도체 주가는 휘청였지만, 정작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등 해외 업계에서는 AI용 메모리인 HBM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 2.0%, 6.1% 하락했다.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 15일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D램 메모리 수요가 줄고 HBM은 공급과잉이 될 거라며 두 회사 목표 주가를 각각 27%와 54% 낮췄고, 국내 장이 열린 19일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진단과는 달리,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HBM 시장의 추가 성장에 여전히 대비하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도쿄일렉트론(TEL), 디스코, 토와(TOWA) 같은 일본 주요 반도체 장비 회사가 HBM 수요 급증 때문에 한국 내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더 짓고 채용 규모를 키우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같은 한국 기업이 HBM 시장 90%를 점유하기에, 한국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HBM 공급망에 올라타기 위해 일본 장비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충청남도에 따르면, 세계 1위 반도체 몰딩 장비사인 토와는 천안 3공단 내 1만 6136㎡에 HBM 성형 설비 시설을 확장해 내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제조 능력을 현재의 2배로 늘리는 건데, TOWA는 닛케이에 “메모리는 기복이 있으나 HBM 시장은 확실한 성장이 예상되므로 고객과 가까운 곳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닛케이는 반도체 웨이퍼 절단 장비 1위 기업인 일본 디스코도 올해부터 한국 채용을 늘린다고 보도했다.

TEL은 경기도 용인에 2026년 가동 목표로 한국 내 4번째 R&D 센터를 짓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장비 기술자 중심으로 인원을 2배 늘렸다. TEL 코리아 측은 중앙일보에 “상반기에 세 자릿 수 채용을 진행했는데, 하반기에도 또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BM 공급 과잉론의 모태는 ‘AI 거품론’이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같은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인프라 구축에 거액을 쏟아붓지만, 대중적인 AI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지출이 계속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다. 거침없이 치솟던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달 초부터 몇 차례 급락과 회복을 반복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기술 컨퍼런스에서 “수요가 너무 많고 저마다 1등, 최고가 되려고 한다”라며 “고객들이 더 감정적이 되고 있어서 긴장된다, 우리는 (공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요가 정체되기는커녕, AI 칩을 먼저 받고 싶다는 고객사들의 성화에 시달린다며 ‘AI 거품론’을 일축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의 설계 결함 사건이 HBM 업계에는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말 출시 예정이었던 블랙웰에 기술적 문제가 생기자 엔비디아가 설계를 일부 변경했는데, 기존 설계는 HBM3E(5세대) 8단 제품 8개를 넣었지만, 새로 바꾼 설계에는 HBM3E 12단 4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HBM을 쌓는 단(층) 수가 올라가면 그만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덕분에 최신 HBM을 만들 수 있는 3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더 바빠졌다는 것. HBM용 장비를 공급하는 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임원은 중앙일보에 “블랙웰 사건으로 오히려 12단 HBM3E 시장이 더 일찍 열리게 돼 HBM 업계 상황은 더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HBM 공급과잉’ 설이 과장됐다는 견해가 많다. 공산품 격인 D램과 달리, HBM은 고객사와의 사전 협의를 마친 뒤 제작하는 맞춤형 메모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HBM의 2025년 생산 분까지 모두 팔려나갔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장비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변동이 없어서, 시장을 바라보고 투자는 지속하고 있다”라고 19일 중앙일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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