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브랜드가 이끈 K뷰티…패션도 유럽 본고장에 깃발

2025-12-28

국내 소비 심리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뷰티·패션 기업들은 올 한해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K팝 등에서 시작된 ‘K열풍’이 전세계를 달구면서 K뷰티는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세웠고, K패션도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미국부터 중동까지…인디가 이끈 K뷰티 열풍=뷰티업계는 올해 해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11월 화장품 수출액은 103억 6124만 4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이미 지난 한 해 동안의 수출액(101억 7800만 달러)은 가볍게 돌파한 수치로, 12월 수출액까지 더해질 경우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한 번 갱신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르게 성장세를 보인 점이 눈에 띄었다.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15.7% 증가하며 올해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은 중국을 꺾고 올해 처음으로 K뷰티의 최대 수출국 자리도 차지했다. 일본향 수출액 역시 9억 9594만 달러로 4.3%나 늘었다. 유럽으로의 수출도 눈에 띄게 늘면서, 폴란드(116.8%), 프랑스(82.2%), 영국(50.8%), 네덜란드(42.4%), 독일(36.5%) 등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 연합(UAE)이 무려 66.1% 늘어난 2억 5583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27.7%)와 쿠웨이트(52.3%) 등 중동으로의 수출액도 크게 늘었다. 중국(-19.3%)으로의 수출액은 줄었지만, 홍콩(20.4%)과 대만(16.6%) 등 여타 중화권으로의 수출액은 늘었다.

인디 브랜드가 이 같은 행보에 앞장섰다. 대표 인디 브랜드였던 ‘에이피알’은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9797억 원을 기록하며 사실상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스킨1004'는 올 상반기에만 282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도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인디 브랜드들도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퓌’는 미국 뉴욕에, ‘데이지크’는 일본 도쿄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에 발맞춰 CJ올리브영은 내년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겠다고 발표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미국과 중동, 유럽까지 고르게 성장하는 등 K뷰티가 특정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라며 “특정 한 두개의 브랜드만 성장하지 않고 인디 브랜드가 해외 성과를 주도했다는 점이 올해 뷰티업계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중국에 매장 열고 태국서 패션쇼까지=패션업계도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해외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혔다. ‘무신사’는 중국 상하이에 ‘무신사 스토어’와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연달아 오픈했다. 하고하우스의 마뗑킴은 일본 도쿄에 1호 매장을 연 데 이어 불가리아 편집숍 ‘스캔들’에 입점해 동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마뗑킴은 태국의 유통 대기업 ‘센트럴 그룹’과 600억 원 규모의 유통 계약을 체결했으며, 5년 내에 현지에 약 20개의 매장도 열 계획이다.

패션 대기업들도 해외 시장 진출에 힘썼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프랑스 파리의 사마리텐 백화점에서 ‘타임 파리’의 첫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으며, 갤러리 라파예트와 ‘시스템옴므’의 매장 오픈 계약을 체결했다. 시스템옴므 매장은 내년 1월 문을 열 예정이다. 한섬은 태국에서 ‘시스템’과 시스템옴므의 패션쇼도 진행하며,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도 보였다. 한섬이 동남아시아에서 패션쇼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쇼핑몰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다만 패션 대기업의 경우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조 45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억 원 가량 감소했다. 한섬 역시 같은 기간 2.05%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올해 패션업계도 뷰티처럼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며 “지금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키우기 위한 투자 단계인 만큼 실적 반영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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