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가 얼마나 좋았으면…법정서 코스프레한 판사 결국 사임

2025-11-23

로큰롤의 전설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성 팬이었던 미국 미주리주의 한 판사가 법정에서까지 프레슬리를 흉내 내며 분장을 했다가 징계를 받고 결국 사임 수순에 들어갔다.

20일(현지시간) 더선과 미국변호사협회(ABA) 저널 등에 따르면, 세인트찰스 카운티 순회법원의 매튜 EP 손힐 판사는 미주리주 판사 해임·파면·징계 위원회로부터 6개월 무급 정직을 권고받았다. 손힐 판사는 해당 기간 이후 18개월간 판사직에 복귀한 뒤 최종적으로 사임하겠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원회 문서에 따르면 손힐 판사의 윤리 규범 위반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그가 법정에서 반복적으로 프레슬리를 모방한 행동이다. 그는 매년 핼러윈 시즌 전후 법정과 사무실에 포마드 가발과 아비에이터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출근했으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프레슬리 음악을 틀고 관련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일부 재판에서는 소송 당사자나 증인이 '엘비스 음악'을 들으며 선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프레슬리의 생일·사망일을 언급하는 등 절차와 무관한 발언을 이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두 번째 위반 사항은 재판 관련 인물에게 자신의 정치 성향을 언급하거나, 일부 사람들에게 “내 선거 운동 현수막을 봤느냐”고 묻는 등 부적절한 정치적 대화를 나눈 점이다. 마지막으로, 자녀 입양 관련 재판에서 지인의 개인적 추천서를 담당 판사에게 직접 전달해 타인의 사적 이익을 도모했다는 의혹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손힐 판사는 미주리주 대법원에 보낸 문서에서 프레슬리 분장에 대해 “법정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긴장한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다만 “적절한 예의와 질서를 지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정치적 대화 역시 “재판 결과와는 무관했다”고 설명했으며, 추천서 전달에 대해서는 “단순 실수였고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2006년 부순회법원 판사로 임용된 뒤 지난해 순회법원 판사로 선출된 손힐은 평소 '엘비스 마니아'로 유명했다. 그는 과거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린 시절부터 프레슬리를 좋아해 엘비스 생가 그레이스랜드를 13차례나 방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가운데 이름 'EP'가 'Elvis Presley'의 약자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뉴욕타임스는 'Eugene Peter'의 약자라고 전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