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훈풍에 코스피가 2520선을 탈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496.81)보다 1.23% 오른 2527.4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25일(2534.34) 이후 52일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코스닥도 724.24로 전날보다 1.44% 올라 지난해 11월 11일(728.8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물가 상승 우려가 해소되면서 미국 증시가 급등한 게 영향을 미쳤다. 전날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4%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3%)를 웃돌았다. 하지만 식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분야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이 전달(0.3%)보다 낮은 0.2%에 그치며 인플레이션 둔화 시그널을 줬다. 이에 따라 나스닥은 2.4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83% 올랐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보였다. 올해 줄곧 1400원대 후반을 기록했던 달러당 원화값은 이날 3시 30분 기준 1456.70원을 기록했다.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날(1461.20원) 대비 4.5원 올랐다(환율은 하락). 미국 물가 상승 우려가 해소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인 데다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3.0%)를 동결하기로 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 우려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각각 5022억원과 174억원을 사들인 데 비해 개인은 573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에 나서면서 수급적인 측면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6개월만 21만원대…반도체주 ↑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선 SK하이닉스가 21만원으로 전일 대비 5.95% 상승했다. 종가기준 SK하이닉스가 21만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7월18일(21만2500원)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뉴욕 증시의 주요 기술주가 대거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엔비디아의 주가가 3.37% 상승 마감하면서 이 회사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4분기 순이익이 3746억8000만 타이완달러(약 16조57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57% 증가하자 국내 반도체주 전반으로 온기가 퍼졌다. 삼성전자가 5만4300원으로 1.12% 올랐고, 하나마이크론(7.50%), 가온칩스(5.90%) 등도 5% 이상 올랐다.
코스닥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25년을 “양자 기술 준비의 해”라고 강조하면서 관련주가 대거 올랐다. 아이윈플러스(8.61%), 우리넷(3.47%), 시큐젠(2.30%) 등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코스피가 워낙 하락해 있던 탓에 저점이라는 인식이 외국인 매수세 유입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정책 불확실성 요인이 있는 데다, 미국 증시도 작년 말부터 조정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