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승리한 가운데 트럼프 1기 시절 ‘밀월 관계’를 구축했던 일본도 그의 컴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적극적인 외교로 큰 마찰 없이 트럼프 집권기를 났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동맹·비동맹을 구분하지 않는, 한층 더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가 예고되면서 ‘트럼프 관세’에 따른 경제·산업 위축과 방위비 인상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7일 아사히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선거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일률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으며 특히, 멕시코산 자동차에 1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멕시코 공장에서 연간 수십만 대의 차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가 일본 등을 겨냥해 “동맹국은 적대국보다 더 심한 형태로 우리를 이용해왔다”며 미국이 안고 있는 무역적자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 온 만큼 적자 삭감을 위해 무역협상을 요구해 올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고율 관세는 최종적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돼 미국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 이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수 있어 금리가 높은 달러 매수와 함께 반대 상황의 엔화 매도가 이어지는 ‘엔저’가 진행될 수도 있다.
판단이 연기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건도 불확실성을 키울 전망이다. 트럼프는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US스틸을 일본 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선거 기간 반대를 표명했고, 이후 이 거래는 정치 이슈로 비화해 미국 관계 당국의 심사가 12월 말로 연기된 상태다. 시장은 약 2조엔 규모의 이번 거래가 트럼프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US스틸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격전지이자 막판 트럼프 승리에 쐐기를 박은 펜실베이니아(피츠버그)에 공장을 두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도 예상된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비용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일본에 대해서는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을 현재의 3배 이상 늘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과격한 관세 위협이 일종의 협상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폴 시어드 S&P 글로벌 전 부회장은 “트럼프는 극단적인 관세를 협박용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 실제로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무역 정책은 예전만큼 차이가 없어졌고, 바이든 정권의 관세 정책은 트럼프 전 정권의 방식에 가까워져 왔다”며 “미일 정상 간의 신뢰가 중요해진 만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조속히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정책은 진지하게 검토돼 결정되지만, 트럼프에 있어서 ‘좋은 관계’와 ‘궁합(친밀도)’이 중요해진다는 게 시어드 전 부회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