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감국가' 지정, 외교부 "보안 문제" …野 "상임위서 진상규명"

2025-03-18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대표적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 이사회에 참석 중 취재진을 만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과 관련한 미공개 파일을 삭제하지 않고 18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5.03.18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등재키로 한 것을 두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국회 유관 상임위원회 개최나 본회의에 긴급 현안 질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가 경위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한미 간 협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상임위 개최 등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관련 진상 규명을 위해 관련 상임위 개최 또는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를 추진키로 했다. 우선 외통위는 오는 24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현안 질의를 하기로 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 현안 질의를 할 수 있는지 (의장실과) 의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도 조만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1월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로 추가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데 따른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민감국가를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로 규정한다. 특정 국가의 국가안보 상황이나 핵확산 방지 또는 테러 지원 방지 등의 목적으로 민감국가를 지정할 수 있다고 미국 에너지부는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전날 밤 출입 기자단 공지를 통해 "미국 측을 접촉한 결과"라며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에너지부 감찰관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인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연구 용역 직원이 수출통제 대상 정보인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다가 적발됐다. 민감국가 지정의 원인으로 해당 사건이 지목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김영배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외통위, 산자위, 정보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3.18. [email protected] /사진=권창회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가 밝힌 사안 외에 여당 정치인들의 핵무장론 등 다른 결정적 사유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에너지부는 단일 사건을 이유로 민감국가 지정하지는 않는다고 한다"며 "비슷한 보안 문제가 누적됐거나 다른 결정적 사유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외교통일·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년 10월부터 2024년 3월 사이 발생한 일련의 기술 유출 사건은 미국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핵무장을 추진한다는 의심을 굳혀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핵과 관련한 기술을 입수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주요 정치인과 정부가 핵무장을 끊임없이 이야기한 것이 영향을 줬다"며 "미국은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굉장히 의심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안보 문제마저 정쟁의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민감국가 지정 해제와 관련해 (미국 측과)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다"며 "외교부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핵무장론 때문이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 문제 때문이라고 하니까, 정부 활동을 지켜보는 게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비상계엄 사태'와 '핵무장론'에 연결 지으며 정쟁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외교적 대응을 지원하기보다는 결국 '탄핵 정치'를 완성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3.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은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국민을 오도할 게 아니라, 미국 조야에 팽배해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걱정 어린 시선부터 불식시키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며 "음모론 생산을 당장 그만두고, 각종 괴담으로 국민을 선동한 것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인해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에 포함된 사실을 두 달여 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국정 공백 속에서도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했지만, 결과적으로 민감국가 등재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실 대응에는 부처 간 칸막이와 소통 부재가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민감국가 등재 사실을 빠르게 파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련 부처 간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었다고는 해도 제대로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라며 "탄핵 정국이후 외교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외교부는 이날 "관계부처 긴밀히 협의하며 중대사안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기관들이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해 한미 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당장 이번 주 후반 미국을 찾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에너지 현안을 협의하면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주미대사관도 모든 채널을 가동해 미국 측에 재검토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