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에너지 문제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계획에도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이 더딘 상황에서 AI의 전력 소모가 늘어난 만큼 탄소 배출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 창립자이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 환경연구소의 박사과정생인 알렉스 드 브리스는 최근 국제학술지인 ‘줄(JOULE)’에 AI의 전력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디지코노미스트는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해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문제를 폭로하는 연구 단체다.
“올해 말 AI 전력 수요 데이터센터 절반 육박할 것”

분석 결과,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최대 20%를 AI 시스템이 담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지금 추세라면 AI 시스템의 전력 수요가 23GW(기가와트)까지 증가하면서 올해 말에는 그 비중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네덜란드 전체 전력 수요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브리스는 “AI는 전 세계 디지털 인프라에서 가장 큰 ‘전기 먹는 하마(Energy Hog)’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런 성장은 기후 목표 달성 및 에너지 소비량 감소 같은 다른 사회적 야망과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기술 기업들은 지난해 발표한 환경 보고서에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주요 원인으로 AI를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AI 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석탄이 필수”라며 “폐쇄될 예정이었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해서 가동하도록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다만 기업들이 AI의 전력 사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AI의 에너지 소비가 정확히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브리스는 AI 반도체 칩 제조 데이터와 애널리스트 보고서 등을 분석해 AI의 전력 수요를 추정했다.
전력 공급 어떻게…이재명 “재생에너지” 김문수·이준석 “원전”

올해 초 ‘AI 글로벌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건 한국도 에너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은 2023년 말 현재 153개의 데이터센터가 있는데, 2029년까지 7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추가로 요구될 정도로 전력 소비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3일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대선 토론회에서도 AI의 전력 수요 급증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후보들은 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 다만,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소멸 위기를 겪는 농어촌을 중심으로 태양광·풍력 발전 등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며 “해당 지역에 데이터센터 같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을 유치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산단, RE100 산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60%까지 늘려 AI 시대의 전력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AI 사용으로 전기가 많이 필요한데 이럴 때 값싸고 안정적이고 깨끗한 원자력 발전을 많이 준비하는 것이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특성 등을 고려해 원전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