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경제학 박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 TV 토론에서 100조 원의 인공지능 투자와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을 주제로 토론이 뜨겁습니다. 우리는 최근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급속히 느껴지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에 곧 우리는 거리에서 쉽게 로봇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10년 전 언론에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할 때만 해도 집에서 로봇청소기가 청소해 주는 정도의 편리성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영화 같은 현실이 다가오고 있는지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정부도 세종시에 스마트시티 국가시범 도시를 지정해서 민간기업이 규제제약 없이 다양한 스마트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실험해볼 수 있도록 규제혁신지구로 추진했습니다. 세종 스마트시티를 기획할 때만 해도 사람이 로봇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체험해 보고 법률로 제정하는 등의 점진적 발전 계획이었는데, 올해 초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인공지능은 급진적으로 바뀌어 스마트시티를 건너뛰고 인공지능 혁명의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명령 수행을 위한 양방향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2026년까지 인공지능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량이 1,000T Wh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이는 일본의 총 전력 소비량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모건스탠리의 연구에 따르면 AI 산업은 매년 70%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것을 예측합니다. 이쯤 되면 인공지능 혁명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가 값싼 에너지 인프라가 먼저 갖추어지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에너지 사용에 따는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을 미국에 가장 먼저 도입하기 위해 트럼프는 환경을 무시하고 가장 싼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천연가스 개발에 대한 규제를 해지합니다. 미국의 과거 에너지 정책은 친환경 기술에 보조금을 제공하였으나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천연가스 매장지를 개발하여 가스 발전소를 짓겠다는 것입니다. 크고 작은 천연가스 매립지는 미국 전역에 널려있지만, 대기업과의 개발 경쟁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가스 발전소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고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가상자산 산업에 주목하고 비트코인 채굴산업의 활성화를 투자 유인책으로 제시합니다. 미국처럼 천연가스가 많은 러시아도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같은 입장이라 트럼프에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가상자산 채굴산업과 비트코인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정부 정책에 힘입어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 비트코인 채굴산업에서 1, 2위에 있고 점유율이 50%가 넘습니다.

러시아 시베리아 전역에 있는 가스전에서 채취되는 연관 석유 가스(APG)와 가스터빈 발전소를 사용하면 전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연관 석유 가스는 오염 물질로 환경을 심하게 훼손하므로 정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만일 채굴기업이 정제시설을 투자하고 연관 석유 가스를 에너지 발전에 사용한다면 가스 비용은 평균 6루블/m³로 매우 저렴하고, 발전 에너지 1kWh당 약 3루블에 불과하여 일반 산업 전기 비용에 비해 3배가 쌉니다. 지금 달러 대비 루블 환율은 강세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이고 러시아 재무부는 달러당 96루블로 정부 예산에 반영합니다. 정부 고시 환율로 계산할 때 발전 에너지 1kWh당 비용의 3루블은 0.031달러이며 원화로 45원입니다. 비교를 위해, 한국의 전기 요금은 2025년 2월 산업용 전기 요금이 1kWh가 191원(0.136달러)이고 4배가 비쌉니다.
미국의 평균 산업용 전기 요금은 0.081달러이지만 가스로 직접 발전하는 루이지애나의 경우 1kWh는 0.051달러로 미국에서는 가장 싸지만, 러시아보다는 높습니다. 지난 4월 9일 미국의 1위 채굴기업인 마라홀딩스는 천연가스로 구동하는 25MW의 발전소를 개발하였고 여기서 채굴된 비트코인이 가장 비용이 적었다고 발표하였고 천연가스 발전소 개발이 가장 좋은 비트코인 채굴 방법이라는 것이 검증되었습니다.
러시아의 비트코인 채굴은 더 이상 지하경제 속에 있지 않습니다. 러시아 채굴기업은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등록하고, 채굴 및 지갑 식별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정부 기관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를 전송해야 합니다. 다만 개인은 국세청에 등록할 필요가 없고 월 6,000kWh로 설정된 전력 소비 한도 내에서만 채굴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산업에서 전기 비용은 9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입니다. 러시아 채굴기업은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지역인 루이지애나에 비해서도 50% 이상 전기 비용이 낮고 추운 날씨 덕분에 채굴기의 자연 냉각이 가능해 전기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토지 임대료 및 인건비도 미국에 비해 매우 저렴하여 결국 미국에 비해 모든 조건이 유리한 러시아가 비트코인 채굴산업에서 세계 1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은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과 인공지능 데이터 서비스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산업이 나누어집니다. 스마트폰에서 보면 애플과 구글의 운영 소프트웨어(OS)에 앱을 탑재하여 서비스하는 것과 같지만 서비스의 활용도에 따라 수익성은 다릅니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은 인공지능 운영소프트웨어 개발은 늦었지만, 특정 산업에 대해 신경망을 개발하여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경우 2024년 러시아의 의료 분야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 규모는 120억 루블(약 2,065억 원)입니다. 이 분야에서 50개의 기술 기업이 75개의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35%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공장에 인공지능 솔루션을 도입하여 전 세계에 수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하고 저렴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얼마 전 트럼프는 첫 번째 해외 순방으로 중동의 부국을 선택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공하는 대신 막대한 자금을 유치했는데 대부분 에너지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에 투자합니다. 그러나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 비트코인 채굴산업을 장려하면서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즉, 천연가스를 싼값에 제공하여 100MWh 규모의 가스 발전소를 많이 건설하도록 하고 여기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면서 이익을 얻으면서 에너지 인프라를 확대해 가는 실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2032년에 마지막 비트코인이 채굴된 이후에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가스 발전소는 다른 가상자산을 채굴하든지 또는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로 변경되어 운영될 수 있어 계속 사업의 영속성을 가지게 됩니다.
트럼프가 푸틴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 프로젝트를 지지하면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종전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워싱턴 행정부는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 미국의 절대적 지배력의 시대는 끝났고 다극 주의를 지지한다고 공언했고 더 이상의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 중국 등 적대국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의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곧 결정되는 새 정부는 복잡한 국제정치 상황에서 우리의 이익을 위해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더 이상 우리는 동맹국이라고 미국을 기댈 수도 없고 지난 정부가 가치 외교라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서 러시아와는 비우호국인 입장입니다. 한러 외교 관계는 단절되었고 러시아에 활동 중인 많은 한국 기업이 철수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를 지원하여 혈맹관계를 맺었고 한반도의 통일 지형이 달라졌습니다. 세계는 보호무역주의에서 자국 경제를 위한 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고 수출의존도가 70%가 넘는 한국은 많은 국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새 정부는 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과 새로운 외교 관계를 실용적으로 서서히 복원해야 하겠지만 우선해야 할 것은 한국 경제에 그동안 꺼져 있었던 혁신을 일으켜 국민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변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연구개발 지원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폐지해야 합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큰 경쟁력이 있는 러시아 채굴산업에 한국 기업이 적극 진출하여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해야 합니다. 디지털 자산의 금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을 많이 확보하게 되면 한국 기업은 글로벌 가상자산 핀테크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 유동성이 확보되어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개발하여 중추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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