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정의로운 민주주의와 시민 공동체의 힘

2025-03-06

민주주의를 지켜온 것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단결

우리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극단적 대립과 대중 선동이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고 있으며, 정의와 공동체적 연대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왔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 공동체의 힘으로 지켜지고 발전하는 체제라는 사실을.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 또한, 민주주의를 믿는 시민들의 단결과 연대 속에서 찾아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이 아니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논의되고, 이를 둘러싼 극단적 대립과 정쟁이 확대되면서, 민주주의가 단순한 권력 투쟁의 도구로 변질될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민주주의는 일부 정치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공동체 전체의 것이며, 그것이 위협받을 때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은 단결해 이를 지켜왔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독재와 장기 집권을 위해 선택했던 방식은 공포와 강압이었다.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고, 계엄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며, 국가 공동체를 분열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4.19 혁명, 5.18 민주항쟁, 6월 민주화운동은 모두 이러한 권력 남용과 민주주의 파괴에 맞선 시민 공동체의 저항이었다.

이러한 역사를 돌아볼 때,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오늘의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공포와 선동에 굴복하지 않고, 더 강한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분열과 절망이 아니라 연대와 희망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민주주의는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정의로운 체제

민주주의란 단순한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정의로운 체제이며, 개인의 권리와 자유, 공정한 절차와 시민적 연대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사회적 합의다. 민주주의가 온전한 모습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법적 절차만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자유와 평등, 정의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우리는 정의로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어떠한 형태로든 폭력과 권위주의적 수단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계엄과 같은 극단적 조치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이 아니라 파괴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둘째,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시민 공동체가 민주주의의 본질을 되새기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위대한 순간은 언제나 시민들이 함께 나섰을 때였다. 이는 특정 정치 세력의 힘이 아니라,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왔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와 극단적 대결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정치적 갈등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지만, 그것이 민주적 절차와 공론장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시민들 간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는 제도적 과정일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방식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적 갈등이 사회 전체를 분열시키고 있으며,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만연해 있다.

이러한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단순한 권력 투쟁의 장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합의의 과정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합의와 토론이며, 시민 공동체는 단순한 지지층이 아니라,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행동해야 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민주적 절차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와 행동이다. 하지만 지도자들의 역할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진정한 지도자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을 쥔 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뜻을 존중하고,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며, 법과 제도를 통해 공정한 절차를 보장하는 태도다.

특히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보수 세력마저 법치와 민주적 절차를 경시한다면, 이는 스스로 근거를 허무는 행위가 된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진보와 보수, 여야를 떠나 모든 지도자가 시민 공동체의 뜻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데 달려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결코 지도자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있을 때만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있다. 시민들이 연대하고 행동할 때, 민주주의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살아 있는 힘이 된다. 우리는 그 힘을 되살려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시민 공동체의 위대한 힘을 되살려야 할 때다. 정의로운 민주주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안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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