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피로 물드는 ‘골드러시’

2025-10-22

다이아몬드는 ‘정복할 수 없는’ ‘불변의’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영롱하고 단단한 ‘보석의 황제’의 인기는 1947년 영국 회사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마케팅과 함께 정점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영원한 가치를 찾는 인간의 욕망은 다이아몬드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시에라리온·콩고 등지에서 노동을 착취해 불법 채굴한 다이아몬드 거래는 오랜 내전과 분쟁의 자금원이 됐다. 요즘은 다이아몬드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 천연 원석과 똑같은데 가격은 10%에 불과한 인공 생성 ‘랩그론(lab-grown) 다이아몬드’의 등장으로 가격은 급락했고 욕망은 사그라들고 있다.

지금은 다이아몬드보다 금이 각광받는 세상이다. 부와 권력의 상징이자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은 올 들어 60%가량 올라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가볍게 돌파했다. 21세기판 ‘골드러시’가 따로 없다. 욕망이 커지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아프리카와 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인권과 환경을 유린하며 불법 채굴한 금을 밑천 삼는 분쟁이 악화할 우려가 커졌다. 매년 약 230톤의 금을 생산하는 부르키나파소·말리·니제르 등 서아프리카 사헬 3국의 군사정권과 반군들은 ‘블러드 골드(blood gold)’ 채굴에 여념이 없다. 아프리카 3위 금 생산국인 수단은 금 밀수출에 기대 수년째 내전 중이다. 영국 BBC는 “20세기의 다이아몬드처럼 이제 금이 아프리카의 새 갈등 상품이 됐다”고 분석했다.

21일 국제 금값이 5.5% 급락했다. 그래도 섣부르게 ‘금의 시대’의 종말을 예상할 수는 없다. 미국 타임지는 “세계 금 수요의 상당 부분은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 통화 시스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금 비축에서 발생한다”며 인민은행이 공식 발표한 2530톤의 두 배가 넘는 금을 축적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금 수요를 떠받친다면 피로 물든 ‘골드러시’는 당분간 끝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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