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해서 귀여운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볼 만해?]

2025-01-07

단비(박지현 분)의 꿈은 동화 작가다. 동화 작가 아빠가 끝내 성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자신이 아빠의 꿈을 대신 이루고자 한다. 낮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각종 검열 관련 민원을 처리하고 밤에는 동화 작가가 되기 위한 글을 쓴다. 하지만 어느 날 단비가 성인 웹 소설 황창섭 대표(성동일 분)의 고급 클래식카를 망가뜨리게 되면서 인생에서 상상해 보지도 못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황 대표가 수리비를 받지 않는 대신 성인 웹 소설 작가로 데뷔해야 하는 조건을 걸고 말았다.

방심위에서 일하며 접하는 성인 웹 소설을 천박하고 쓰레기 같다고 생각하는, 게다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것이 목표인 단비는 야한 글을 써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황 대표가 처음부터 단비에게 기대한 건 아니었다. 단비가 나가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수리비 1억이 없는 단비는 친구들의 경험담으로 웹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두 편의 소설은 랭킹 상위권에 오른다. 선배 정석(최시원 분)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단비의 아찔한 이중생활은 평탄했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동화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관계자들로부터 수모를 겪고 말았다.

슬럼프가 온 단비는 오랜만에 찾은 본가에서 아빠의 진짜 꿈은 성인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것이란 걸 알게 되고 자신의 꿈 역시 동화 작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의 가장 큰 특징은 성인 웹 소설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노골적인 장면도 분명히 등장하지만 동화적 캐릭터나 귀여운 CG를 활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며 성적 표현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성공한다. 특히, 단비가 쓰는 소설의 내용을 시각화하는 장면들이 재현되면서 섹시한 분위기는 유지하되 웃음도 언제나 곁들였다. 이런 접근은 관객들에게 부담을 줄이면서도 성인물 특유의 위트를 살리는 데 효과적으로 만든다.

영화는 단순히 성인 웹 소설이라는 음지의 소재를 다루는 것에 이어 작가로서의 정체성 경계 속 성장 서사로 마무리된다. 사실 특별하지 않은 메시지다. 동화 작가를 꿈꾸던 단비가 아빠의 진짜 꿈을 깨닫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은, 청춘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보편적인 이야기다.

주연을 맡은 박지현은 동화 작가와 성인 웹 소설 작가라는 상반된 세계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는 단비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단비가 가진 순수함과 성숙함, 그리고 두 세계를 오가는 내적 혼란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영화 후반부 절정과 결말 부분에서 박지현은 단비의 감정이 극단적인 슬픔이나 절망으로 치우치지 않고 내적 성숙으로 이어지도록 안정감 있는 연기가 특히 눈에 띈다. 심심한 결말임에도 불구 자신의 감정과 창작에 대한 열정을 해방시키며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단비의 결단력이 돋보이는 건 박지현의 연기력 덕분이다. 발칙하고 위트 있는 연출을 동시에 경험하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8일 개봉. 러닝타임 109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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