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정책을 동원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이 당연한 연결고리는 페미니즘, 환경주의, 인종차별 등의 담론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한다. 인구가 증가하면 지구 자원이 고갈되고, 출산 장려는 여성에게 전통적 성 역할을 강요하며, 자국민의 출산을 강조하는 정책은 이민자를 차별하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세계적인 인구통계학자 폴 몰런드는 ‘최후의 인구론’을 통해 인구 감소가 가져올 인류의 최후를 명확히 지적한다. 그것은 종말이다. 선진국에서서는 인류를 유지할 만큼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있으며, 이같은 인류 대재앙은 현재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폴 몰런드는 인구감소의 결과를 ‘재앙’이라고 말한다. 노동력 부족, 연금 위기, 급증하는 부채 등의 문제가 앞으로 우리를 계속해서 괴롭힐 것이다. 3세대 안에 인구의 85%가 사라질 것이고, 그 결론은 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것이란 게 저자의 주장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돈’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우리 모두의 역할이다. 저자는 페미니즘, 환경주의, 인종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저출산이 그들의 가치를 얼마나 크게 훼손하는지 설명한다. 페미니스트가 원하는 여성의 진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단 여성이 있어야 한다. 피임이 활발해지고 선택적 낙태가 허용되고 초음파 검사가 활발해질수록 여아의 수는 줄어든다. 저자는 출산이야말로 이를 역전시키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반출생주의를 주장하는 극단적인 환경운동에도 일침을 가한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사람들도 여전히 경제 체제 안에서 소비를 한다. 다만 환경운동은 환경을 의식해 소비 습관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소비습관을 바꾼다 한들, 여전히 인간의 노동력은 필요하다. 가공식품 생산과 유통, 식물성 음식 생산 등을 누군가는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는 유례 없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출산 결심은 어떠한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저자가 제시한 다양한 사례 중에는 한국도 있다. 저자는 두 세대 만에 한국 인구의 84%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국이 이같은 초저출산 국가가 된 데는 출산을 장려하는 종교의 부재와 사회에 만연한 반출생주의 문화를 언급했다. 종교는 출산율이 높은 대부분의 국가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는 “기독교 유대교 또는 이슬람교와 같은 아브라함계 종교 집단에서 나타나는 높은 출산율은 자녀를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는 세속사회의 출산율과 확연히 대비된다"고 분석한다. 다만 저자는 아쉽게도 인구 위기의 해결에서 종교가 내포하는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