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8일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4월2일 영국을 대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이번 타결은 미국이 57개 무역 상대국에 일방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그 상대국과의 첫 협상 결과라는 점에서 향후 협상의 기본 틀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영국에 대해 상호관세 하한선인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했다. 양국간 협상은 미국이 영국산 자동차와 알루미늄에 부과된 개별관세(25%)를 10%로 낮추거나 없애는 대신 영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낮추는 것을 골자로 진행됐다. 결국 영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크게 낮춘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1000t 쿼터 내 적용하던 관세(20%)를 즉시 철폐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1만3000t의 특혜 면세 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영국은 비관세장벽을 헐어 미국산 농산물의 시장 접근권 향상을 위한 협력에도 합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영국에 대해 쇠고기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저율관세할당(TRQ) 증량과 동식물 위생·검역(SPS) 완화를 요구해왔다. 지난 3월말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영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상당량의 TRQ를 운용하고, SPS가 과학적 증거 없이 불필요하게 무역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영 양국간 상호관세 협상 타결은 영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에게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접근 확대와 SPS 등 비관세조치 완화는 우리와 판박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우리는 영국보다 높은 상호관세(25%)를 떠안았고, 쌀 관세율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관세율 사례로 콕 찍기까지 해 협상 여건은 더 나쁘다.
그래서 미·영 양국 상호관세 협상 타결을 바라보는 농업계의 입장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처음으로 나온 상호관세 기본 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전례를 감안할 때 우리도 제2의 영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농산물시장은 내어줄래야 더이상 줄 것도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연령 제한과 SPS 등 비관세조치는 단순한 농산물시장 보호가 아니라 국가의 마지막 보루인 국민의 건강과 방역 주권의 영역이라는 점을 통상당국이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