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소프트웨어(SW) 사업화에 본격 착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자동차와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SW를 놓고 과금 협상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와 배터리 안전진단 SW 사용료 논의를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현대자동차에 이 SW를 무상으로 공급했는데, 앞으로는 과금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LG에너지솔루션이 안전진단 SW에 대한 과금에 나선 게 확인된 건 처음이다. 회사는 다른 완성차 업체나 고객사에도 과금을 요구하고 있거나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안전진단 SW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의 이상유무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BMS는 배터리 전류나 전압, 온도 등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배터리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돕고 문제를 사전 감지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최근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 사고로 BMS와 활용이 중요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는 이런 BMS에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해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안전진단 뿐만 아니라 배터리 퇴화나 수명예측 등을 SW로 진단, 기술적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제 사업화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해 고객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과금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를 진단할 수 있는 자체 기술 뿐만 아니라 SW 업체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유료화로 전환했다는 풀이다.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부터 현대차를 포함해 글로벌 10개 완성차 업체 전기차에 안전진단 SW를 적용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함께 SW를 보급해 왔기 때문에 과금 협상에 성공 시 상당 실적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완성차 고객사들이 과금 요구에 얼마나 호응을 해줄지 여부가 관건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배터리 안전진단 분야에서 적극적인 특허권 행사도 예상된다. 회사는 BMS 분야에서 8000개 이상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많은 특허로 평가된다. 완성차 업체의 SW 무단 사용에 대한 대응이나 특허소송 무기로 활용할 수 있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완성차 업체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적용된 모델 외에 타사 배터리 셀을 적용한 차량에도 안전진단 SW를 활용한 정황을 확인하면서 과금 관련 요구가 본격화 된 것으로 안다”며 “BMS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 모델이 생겨나는 시기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이 선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