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루쌀 정책, 제2의 R10이 안되게 하려면

2025-02-02

지난해 가루쌀(분질미) 생산과 소비가 뒷걸음질을 했다고 한다. 수확기 이상기후에 따른 수발아 현상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소비도 부진해 생산량의 60% 가까이가 재고로 남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양정당국은 올해 가루쌀 재배면적을 당초 목표 1만5800㏊에 크게 밑도는 9500㏊로 줄이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정부의 가루쌀 정책은 지난 2022년 6월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으로 추진됐다. 당시 양정당국은 2027년까지 가루쌀 20만t을 공급, 국내 연간 밀가루 수요량의 10%를 대체해 ‘식량안보’ 강화와 ‘쌀 수급균형’ 달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쌀가루 7만5000t을 생산해야 하지만 재배면적 감축으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결국 쌀 수급안정은커녕 가루쌀 재고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가루쌀 정책이 산업 육성보다는 쌀 수급안정에 치우친 결과라는 일각의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실 가루쌀 자체가 밥쌀용 쌀 생산 감축 수단으로 나왔고 두마리 토끼 역시 산업 육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가루쌀로 식량안보와 쌀 수급균형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가루쌀이 수입 밀가루를 대체해 곡물자급률을 높이고, 밥쌀용 쌀 생산을 줄여 쌀값 안정에 기여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2010년 이명박정부 시절 수입 밀가루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하자며 2012년까지 3년간 펼친 운동이 ‘R10’이다. 하지만 쌀가루 산업 육성과 식량자급률 제고는 오간 데 없이 ‘구호행정’에 그쳤다. 가루쌀 정책이 제2의 R10이 안되게 하려면 소비자 중심의 가루쌀 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가루쌀이 밀가루보다 건강식이라는 의식 전환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가루쌀 제품에 지갑을 흔쾌히 열 수 있는 가격과 맛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소비자가 스스로 가루쌀 제품을 찾으면 가루쌀 산업 육성과 쌀 수급안정은 저절로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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