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논의 20년째 지지부진, 쌀 의무자조금 다시 ‘수면 위’

2025-02-02

20년간 이어온 쌀 의무자조금 도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쌀 의무자조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2025년 농업인단체 연찬회’에서 쌀 의무자조금 출범을 위해 다른 농민단체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농수산자조금법)’에 기반해 설치되는 의무자조금은 특정 농산물의 소비 촉진, 품질 향상 등을 위해 생산자들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금액으로 조성된다. 현재 의무자조금을 거출하는 품목은 친환경농산물·인삼·양파·마늘 등이 있다.

쌀전업농연합회는 만성적인 과잉생산에 시달리는 쌀도 의무자조금을 제도화해 소비 촉진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쌀전업농연합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수입 쌀이 해양 운송 과정에서 산패될 가능성이 높고, 구곡 위주로 수입돼 국산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모른다”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상 정부에서 수입 쌀의 단점을 알릴 수 없어 발생한 일로, 자조금단체에서 직접 홍보에 나서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쌀 의무자조금 도입 시도는 2006년부터 있었다. 당시 쌀 소비량 감소 추세가 가속화된 시점에 밥쌀용 수입 쌀 시판이 허용되면서 국내 벼농가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 발단이다. 하지만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러 반대에 부닥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도입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벼농가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 꼽힌다.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르면 의무자조금 설치를 위해선 해당 품목 생산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정 농민단체가 50만가구가 넘는 벼농가의 의견을 취합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필수지만, 정부·지자체에서도 모든 벼농가의 동의를 구하는 행정 비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먼저 농민단체간 의견 조율이 이뤄져야 쌀 의무자조금 설립 절차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농민단체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농수산자조금법’에는 의무자조금을 자율적인 수급안정에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의무자조금이 시행되면 자조금단체가 정부로부터 수급 조절 역할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쌀 자조금단체의 대표성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쌀은 겸업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로 지역이나 재배규모 등에 따라 입장 차가 큰 상황에서 한 조직이나 단체가 전체 벼농가를 대변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다른 품목·축종과 달리 쌀 의무자조금은 논의 과정에서 범농업계의 이해와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쌀전업농연합회는 “쌀 의무자조금단체가 대표성을 지닐 수 있도록 여러 단체와 공동으로 자조금관리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다른 농민단체와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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