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부 사업체들이 사실상 독점해온 정부관리양곡 도정시장에 대한 진입 규제를 완화한다. 그동안 진입이 제한돼왔던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에도 정부관리양곡 도정을 맡겨 경쟁 확대 등 제도개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정부관리양곡 가공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RPC 등 신규 사업자에 대한 진입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최근 밝혔다. 정부관리양곡은 ‘양곡관리법’에 따라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매입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득해 관리하는 양곡을 뜻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군부대에 보급되거나 가공업체 등으로 유통된다. 이번 방침은 지난해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정부관리양곡의 효율적 관리와 부정 유통 방지를 명목으로 전담 도정공장을 지정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했던 도정공장들과 계약을 다시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일부 도정공장에서 시설 노후화와 이물질 혼입 등이 발생해 정부관리양곡의 품질 저하문제가 제기된 점을 근거로 신규 진입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관리양곡 도급계약 체결요령’에 따른 계약기간은 3년으로, 지난 마지막 계약은 2022년에 이뤄져 올해 3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당시 계약을 체결한 도정공장은 120곳에 달한다.
이번 방침에 대해 RPC업계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RPC업계는 정부관리양곡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시장 진입을 요구해왔다. 현재 정부는 공공비축미 중 산물벼를 전국 RPC를 통해 매입하고, 이를 정부관리양곡 도정공장으로 옮겨 가공한 뒤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산물벼를 매입하는 RPC에서 직접 도정까지 하면 유통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RPC들의 주장이다.
문병완 농협RPC전국협의회장(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RPC에서 매입한 산물벼를 이동하지 않고 바로 도정한다면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정부관리양곡 도정공장들은 규제 완화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곡물협회 관계자는 “도정공장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사업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그동안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왔다”며 “한번에 진입 규제를 풀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