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만원 전차 손잡이에 매달린 채 떠밀리고 부대끼며 짓밟히는 일은 조금이라도 성치 못한 육체와 그로 인해 신경이 쇠약해진 사람에게는 몹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책 '전차의 혼잡'(흰소)은 100년전 천재 물리학자인 데라다 도라히코가 쓴 책이다. 그야말로 만원 전차는 모두에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이 그 극심한 고통을 받아들이며 산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히려 전차 혼잡은 지금 더 잦고 심해졌다. 왜 그럴까.

일본 근대 물리학의 선구자이자,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하려 왕성한 저술 활동을 했던 데라다 도라히코는 체질적으로 몸이 약해서 더 그랬는지, 일상의 불편함에 강한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영혼을 갉아먹는 만원 전차 문제에 대해 그가 찾은 답은 맥이 빠질 만큼 간단하다. 만원 전차를 몇 대 그냥 보내고 한산한 전차를 골라 타는 것이다. 승객이 적은 전차가 올 때까지 그저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단다. 그러나 한가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천재 물리학자는 유언비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연소 과정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뜬소문이 퍼져나가는 양상과 연소 과정은 꽤 유사하다. 유언비어에 믿고 속았다며 피해자를 자처하는 바로 자신에게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지적한다.
일본 근대 물리학자 데라다 도라히코가 기록한 100년 전 세상이 어째서 지금 우리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걸까. 그는 '글 쓰는 과학자'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속 등장인물 괴짜 물리학자 '간게쓰' 군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뛰어난 과학자이자 문필가였던 데라다 도라히코는 독특하고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글을 많이 남겼지만, 놀랍게도 오늘날 거의 잊혔다. 사소하게 보이는 일상 소재를 통해 결코 사소하게 볼 수 없는 사회문제와 과학의 의미를 말하는 그의 글이 한 세기를 넘어 독자와 다시 만난다.
과학을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글로 기록한 물리학자의 미사여구로 꾸미지 않은 글에서 세상은 더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그가 살아 있다면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전차 혼잡에 대해 다소 약 오르게 이야기한 "만약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내 논리가 아니라 현실이 이상한 것이다"라는 문장을 비틀어서, "만약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그건 내 글이 아니라 현실이 아름다운 것이다." 데라다 도라히코는 달까지 가지 않고도 고양이가 뛰어놀고 도롱이벌레가 매달린 작은 정원에서 과학의 진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값 14,000원.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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