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도 조기 총선… '극우 주도 연정' 11개월만 붕괴

2025-06-03

네덜란드 연립정부가 이민정책을 둘러싼 이견에 출범 11개월 만에 붕괴했다.

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극우 성향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이날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계정을 통해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며, PVV 소속 내각 장관들도 전원 사임한다”고 밝혔다.

빌더르스 대표는 앞서 지난주 연립 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VVD)·신사회계약당(NSC)·농민시민운동당(BBB) 등 세 정당에 이민 감축을 위한 포괄적 계획을 담은 일명 ‘10가지 계획’에 동의하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이 계획에는 이민을 막기 위해 군을 동원해 국경을 봉쇄하고, 망명 신청서 접수를 거부하고 난민들이 해외에 있는 가족들과 재결합하는 것 금지하는 등 과격한 반(反) 이민 정책이 담겼다. 그러나 정당들이 이에 호응하지 않자 PVV는 지난해 7월 연립 정부 구성 이후 11개월 만에 연정 붕괴를 선언하며 판을 깼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의 조기 총선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연정은 제1당인 PVV(37석) 외에 VVD(24석), NSC(20석), BBB(7석)으로 하원 150석의 과반인 88석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날 PVV의 탈퇴로 51석만 남게 돼 안정적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네덜란드 총선은 애초 2027년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조기 총선이 불가피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연정 붕괴는 예견된 수순이다. PVV는 2023년 11월 총선에서 '역사상 가장 엄격한 이민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빌더르스 대표는 '유럽판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연정 협상 과정에서 참여 정당들이 빌더르스 대표의 '과격한' 공약에 난색을 보이면서 난항이 거듭됐다. 특히 총선 1위 정당 대표가 총리로 추대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참여 정당들 반대에 빌더르스 대표는 마지못해 총리직을 포기하고 대신 '정치색이 옅은' 관료 출신 딕 스호프 현 총리를 앞세웠다. 이런 배경 탓에 출범 초부터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민정책 갈등으로 네덜란드 정부가 붕괴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인 마르크 뤼터 전 총리가 이끈 VVD 주도 직전 정부 역시 이민정책 갈등으로 와해됐다. 분극화된 네덜란드 정치 지형 특성을 고려하면 조기 총선이 실시되더라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1년 총선 당시에는 연정 구성 합의까지 역대 최장인 299일이 걸렸고, 직전 총선 때는 223일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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