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택배 무한속도 경쟁, 어디까지 갈 것인가' 토론회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는 배송 시스템"
"하루 5회 왕복, 같은 집 3번 배송도"
클렌징 기준 폐지 공염불... 부속합의서 달아 그대로 유지
"공정위, 국토부, 고용노동부 나서야"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로켓배송', '새벽 배송', '당일 배송' 등으로 대표되는 쿠팡의 초고속 물류시스템이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과로와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는 비판이 또다시 불거졌다.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는 이 같은 '쿠팡 현상'이 학술적 용어로 까지 등재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10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진보당 윤종오·정혜경 의원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등이 공동 주최한 '택배산업의 무한 속도 경쟁 어디까지 갈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택배노동조합,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참여연대 등 노동계와 시민 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해 쿠팡의 로켓 배송이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유발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쿠팡은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는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주간배송 2회, 야간배송 3회, 하루 총 5회의 반복 배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부위원장은 "하루에 배송지와 (물류)캠프를 2~3회 왕복 운전하고 같은 집을 2~3번 반복해서 방문하기 때문에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가 당연히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른 택배사와 달리 휴일 근무와 하루 2~3일 반복 운행에도 추가 수수료를 지급 받거나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11월 조사한 '쿠팡 퀵플레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의 86.4%는 휴가 사용이 어렵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유로는 쿠팡이 설정한 기준에 미달할 경우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가 가장 많았고, 대리점과 계약, 대체근무자 부족 등 비자발적인 사유가 92%에 달했다.
특히 쿠팡은 지난 2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상생협약을 맺고 클렌징 기준 10개를 모두 삭제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부속합의설을 두며 해당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노조는 "쿠팡CLS와 영업점이 올해 맺은 '계약변경에 관한 부속합의서' 제2조 기타 2항을 보면 '본 합의서 내용이 원계약서에 우선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 문구는 원 계약 내용을 무력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쿠팡은 원 계약서 상의 계약 해지 절차로 '2개월 이상의 유예 기간을 두고 계약사항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 의사를 2회 이상 서면으로 통지하고 기간 내 시정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이 부속 합의서가 원 계약에 우선한다는 단서를 달아 클렌징 제도를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노조는 풀이하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쿠팡이 유일하게 시행하는 '심야배송'이 노동자의 과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에서 "야간노동 구조는 단지 기업의 속도경쟁 때문이 아니라, 24시간 소비를 기대하는 소비자와 이를 가능케 한 디지털 자본주의 시스템이 맞물린 결과"라며 "이 구조가 지속되는 한 속도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우리 사회 빨리빨리에 익숙해지고, 편리함에 익숙해지졌지만, 이면에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빠르고 편리하게 생각하는 이 문화에 제동을 걸고 국민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쿠팡이 운영하는 프레시백, 에코백 회수도 도마에 올랐다.
노조는 쿠팡이 프레시백의 회수와 반납에 100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지만, 빈 프레시백의 경우 운송물로 포함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헐값에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 측은 프레시백 회수 비용이 수수료가 아닌 오히려 인센티브라고 말하고 있다"며 "프레시백의 회수는 집화에 가까운 업무라고 볼 수 있으나,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프레시백 회수는 택배 노동자의 업무가 아니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쿠팡이 조성한 불공정 거래구조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공정위, 국토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가 나서야 할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에서는 쿠팡의 ‘심야노동 제한’과 ‘주7일 배송 금지’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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