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의 베짜기’ 새만금, 언제까지⋯

2025-02-11

말만 국책사업, 30년 넘게 애간장

올 착공 앞둔 국제공항 다시 논란

역대 정권 단골공약, 이젠 끝내야

“이 베를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 페넬로페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수많은 구혼자들에게 시달렸다. 그녀의 남편인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10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 고향으로 돌아가는 바닷길에서 다시 10년의 세월을 허비해야 했다. 그 사이 구혼자들의 등쌀을 견뎌내기 어려웠던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짜기 시작했고, 이 베짜기가 끝나면 한 사람을 선택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고는 낮에는 베를 짜고, 밤이 되면 짜놓은 베를 풀어버린 후 다음날 다시 짜기를 반복했다. 여기에서 ‘페넬로페의 베짜기’라는 말이 나왔다.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는데도 끝나지 않는 일’, ‘언제 끝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을 가르킨다.

새만금이 꼭 그렇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는 수식어 속에 1991년 첫 삽을 뜬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본계획은 바뀌고 또 바뀌었다. 금방이라도 실현될 것 같은 장밋빛 청사진이 발표돼 잔뜩 기대를 품으면 어느 순간 슬그머니 풀리면서 다시 처음이다. 법정다툼과 사업 추진체계 변경도 잦았다. 관할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이어졌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정권이 8번이나 바뀌었다. 선거 때마다 새만금은 전북지역 단골 공약이었다. 매번 각 정당 후보들이 장밋빛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았다. 역대 정권의 공약이 말잔치로 끝났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다. 말만 국책사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임기 내에 새만금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믿지 않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정부가 새만금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새만금 SOC 적정성 재검토와 기본계획(MP) 재수립 절차에 들어가면서 다시 시간을 허비했다. 사업을 중단하고 8개월에 걸쳐 추진된 SOC 재검토 결과 ‘사업 적정성’이 입증됐다. 공항과 철도, 도로 등 새만금 SOC 사업이 모두 적정하게 추진된 것으로 재차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사업 지연의 책임은 물을 길이 없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다시 새만금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번엔 국제공항이다. 지난해 말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가 도화선이 됐다. 사고 직후 무안공항 주변이 철새도래지라는 점을 들어 입지선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 화살은 지방공항의 열악한 시설과 적자운영 실태를 지적하는 쪽으로 향했고, 결국 새만금국제공항을 비롯해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지방 신공항이 타깃이 됐다. 급기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7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전국 신공항백지화연대’가 10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공항은 필요없다’며 신공항 건설계획 폐기를 촉구했다. 생태계 파괴와 경제성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본궤도에 오른 새만금 핵심 SOC사업이 정부의 사업 적정성 재검토 절차를 통과한 지 1년도 안 돼, 그것도 올해 착공을 눈앞에 두고 다시 살얼음판이다. 물론 조류 충돌 위험성 등 ‘안전’ 문제는 몇 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지방 신공항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성급한 판단은 안될 일이다.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야 후보들이 전북 공약으로 다시 새만금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30년을 훌쩍 넘긴 미완의 사업인데다 시급한 현안이 많아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에서도 이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안타깝다. 전북이, 전북도민이 새만금에 발목을 잡혔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숙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전북의 현안 과제에서, 그리고 주요 선거공약에서 새만금을 찾아볼 수 없게 될 날을 기다린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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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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