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시대에서 펼쳐야 할 정책

2025-04-24

인구절벽(人口絶壁)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텐트(Harry Dent)가 주장한 이론으로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국가나 구성원이 급격히 줄어들어 마치 인구의 분포가 절벽처럼 역삼각형 모양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의 인구절벽은 전쟁과 기근 그리고 질병이 주원인이었지만, 현대의 인구절벽은 저출산이 주요 원인으로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사회병리적 현상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단시일 내에 산업화하여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를 이루었지만, 합계출산율은 1960년에 6.0명에서 2024년에 0.750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50년 후에는 합계출산율이 0.6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한 다이나믹한 인구추세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을 보고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가 2023년 7월 EBS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했고, 2023년 12월 2일에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사라지는가”라는 칼럼에서 “흑사병보다 심각한 수준”이라 했다. 더불어 독일 대형 과학 유튜브 채널인 쿠르츠게작트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를 다루면서 “사회·경제 및 문화적 측면에서 되돌릴 수 없는 상태”라 전망했다.

국내외 인구학자들도 2025년 추계인구가 5,168만 명에서 2060년대에는 35,000만 명대로 급감할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 노인 유기, 도시의 유령화, 황폐화된 고층건물, K-문화의 고갈 그리고 젊은이들의 해외 이주 현상이 두드러져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인구절벽으로부터 파국을 면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해 오고 있지만, 오히려 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인구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여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먼저,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통합 인구정책추진단을 조성하고 광역사회관계망을 가동하여 다음과 같은 인구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첫째, 출산 관련 당사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양육·보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자체별로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당사자와 가족은 물론 누구도 인정할 수 없었기에 실효성을 거둘 수 없었다. 따라서 당사자와 가족이 실감할 수 있는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펼쳐야 한다.

둘째, 대도시에 집중된 일자리를 지역으로 분산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0.580으로 전국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이를 극복할 수 있게 지역균형발전계획을 전면 검토하고 지역민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하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셋째, 대폭적인 교육혁신 정책을 펼쳐야 한다. 좋은 대학진학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라는 전근대적인 교육정책을 파격적으로 개선하여 개개인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정책을 마련하고 펼쳐야 한다.

넷째, 노인고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저출산으로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양질의 퇴직 전문가들을 활용하고 건강이 허락되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양질의 이민 정책을 펼쳐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국가이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화에 중심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철저한 이민 심사규정을 만들고 이주한 이민자들을 “우리”라는 개념으로 차별 없는 정책을 펼칠 때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합계출산율이 1.5로 회복될 수 있도록 마련에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더불어 경제 정책은 글로벌목표로 추진하고, 군사 안보정책은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획기적으로 개발하고 소수 정예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당국자들은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진정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마음으로 이 난국을 극복하면 좋겠다.

장선일 전주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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