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장관은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이다.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정부에서 유임되어 큰 주목을 받아서다. 급기야 휘하의 변상문 식량국장도 대통령 앞에서 말을 잘한 덕분에 ‘콩GPT’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스타탄생을 예고했으니 가히 농식품부 전성시대다. 다만 자신 있게 한 답변에 큰 오류가 있었다. 농식품부가 오류를 인정하고 다시 수정 공표한 국내 콩 생산량은 식량국장이 대답한 8만3000t의 2배에 가까운 15만6000t이다. 여기에 유전자조작(GMO) 콩의 용처에 대해서도 기름 뽑는 채유용으로만 쓰일 뿐이라는 대답도 이상했다. 식용유도 사람이 먹는 것일진대 식용이 아니라는 것인가. 세상만사 사람의 일이고 수치야 헷갈릴 수도 있고 오류는 정정하면 된다. 다만 자신들이 만들어온 식량 정책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쌀 감산 정책의 기조는 역대 정부에서도 세워왔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쌀 대신 제과용 가루쌀이나 콩을 전략작물로 설정하고 생산을 밀어붙였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콩과 밀을 국내 생산물로 대체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려 한 근본 취지에 사심이 깃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소비시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만 쪼아댄 형국이라 처음부터 우려가 깊었다. 여기에 밭작물인 콩이 논에서 큰비를 견딜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여하튼 논콩에 직불금도 책정된 데다 쌀 감산 조치가 워낙 강해 콩 재배면적은 점점 늘었고 콩은 작년보다 12.3%, 논콩은 무려 46.7%가 늘었다.
국영무역 형태로 정부가 들여오는 수입콩 가격은 1㎏에 1400원, 국산콩은 4800원이다. 3배가 넘는 가격 차에 콩의 최대 소비처인 식품가공기업에서 국산콩을 충분히 들이지 않는다. 콩이 가장 많이 쓰이는 채유용 콩을 대체하는 일은 어렵더라도 두부나 콩나물 같은 신선식품에 국산콩을 쓸 수 있도록 독려하는 묘수가 있어야 했다. 한데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아 격년으로 논콩 단지에 수해가 덮쳤고, 올해는 한 달간 이어진 가을장마로 호남의 논콩 생산지가 쑥대밭이 되었다. 예측대로 국산콩 소비시장도 따라오지 않아 국산콩 8만t이 창고에 그대로 쌓이면서 농민들도 이 정책이 언제 엎어질지 몰라 불안하다.
생산자는 벼에서 콩으로 작목 전환을 하느라 영농교육도 받고 논에 물 빠짐 시설을 구축하느라 돈과 시간을 썼다. 여기에 억 단위의 콩콤바인이나 파종기 같은 비싼 농기계를 갖추느라 농업기술센터와 농민도 큰돈을 들였다. 만약 콩이 남아돌아 직불금 규모를 줄이고 콩을 그만 심으라 하면 그 손실을 농민들도 떠안아야 한다. 때마침 보수경제지를 필두로 농민을 보호하려고 서민들이 두부와 콩나물을 비싼 값에 사 먹어야겠느냐며 콩 수입을 더 늘리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논조를 보인다. 콩 수매를 줄일까 불안해하는 농민들에게는 걱정 말고 콩농사를 계속 지으라 하고, 식품기업에는 콩 수입량을 줄이지 않겠노라 이중 사인을 보내니 이 경기에서 선수들은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헷갈린다.
정부는 농업을 국민 먹거리를 지키는 국가전략산업으로 상정하고 2030년까지 식량자급률을 55.5%로 끌어올리겠다지만 생산과 소비시장, 공공먹거리 정책이 맞물리지 않는다면 허무한 맹세다. 국산 농수축산물 원료를 쓰는 ‘프리미엄’ 제품의 개발을 지원해 수요처를 발굴한다는 계획도 있다 한다. 그러나 프리미엄 두부가 아닌 ‘보통의 두부’가 필요한 때다. 그러자면 수입과 국산 농산물의 가격 차를 줄여야 하고 틈새를 메워야 한다. 한 줌 남은 농민들이 생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뒷받침하고 여기에 쓰는 자원에 대해 시민들이 곡해하지 않도록 설득도 해야 한다. 형편 어려운 이들의 밥상에도 국산콩 두부를 종종 올릴 수 있을지 ‘챗GPT’가 답할 수 없다. 이는 오로지 ‘콩GPT’, 사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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