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발표에도 노조가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2025-07-31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로 대통령 질책까지 받은 SPC그룹이 산재 근절을 위해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등의 조치를 발표했지만 산재 예방의 근본적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시간 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는 저임금 구조가 개선되고, 안전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했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SPC는 최근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하고,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이고, 전환 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과 매뉴얼 정비도 추진하기로 했다. SPC 계열사들은 실행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SPC삼립 공장을 방문해 강하게 질책하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제대로 실행되어 장시간 노동이 근절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유감스럽게도 기대보다는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SPC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장시간 노동’과 ‘노후 설비’가 핵심인데, 이에 대한 개선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결국 저임금 구조에서 비롯된다. 야간 초과 근무를 없애면 실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 저하로 이어진다. 이 대통령 역시 이번 간담회에서 장시간 노동은 저임금과 구조적으로 관련 있을 것이라며 임금 현황도 살펴보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에 지시했다.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려면 저임금 문제도 함께 해소해야 하는데, SPC는 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삼립 외에 SPL, 던킨 등 SPC 다른 공장에서는 임금 보존과 관련한 대화가 회사에서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이재준 화섬식품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현장 노동자들은 지금도 임금이 많지 않은데, 야간 근무가 단축되면 더 임금이 줄어든다”며 “근무 단축에 따른 임금 저하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장의 물량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근무 시간만 단축할 경우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오히려 더 세질 수도 있다. SPL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도 인력이 너무 부족해 휴식시간도 쪼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공장 물량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인력 충원 없이 야간 근무시간만 단축하는 방식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SPC가 이번에는 과연 얼마나 사회적 약속을 지키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지도 미지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022년 첫 사망 사고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하고 안전관리에 1000억원 투자를 선언했다. 안전경영위원회까지 설치했지만, 사고는 반복됐다. 회사측은 지난해 말까지 약 84%에 해당하는 835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어디에 돈을 썼는지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2022년 SPC는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임금 자료 제공’을 합의했으나, 3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종린 파리바게트지회장은 “SPL 산재 사망 사고가 그렇게 국민적 지탄을 받고 큰 이슈가 됐었음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송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며 “SPC가 이전에 제시했던 대책들은 유명무실했고, 노조와의 합의도 지키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도 크게 기대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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