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能事人 焉能事鬼(미능사인 언능사귀)

2024-10-20

공자는 ‘하나(기본)’를 잘해야만 ‘열(응용)’도 잘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나’에 해당하는 가장 친한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효를 행하지도 자애를 베풀지도 않는다면, ‘열’에 해당하는 다른 사람 누구에게도 진정한 어짊을 베풀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공자는 “사람을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능히 귀신을 섬길 수 있으랴”라고도 했다. 눈앞의 가까운 이웃에게는 매몰차면서 보이지도 않는 멀고 높은 곳의 신을 섬기며 욕심껏 소원을 비는 것은 신을 바르게 섬기는 길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늘 만나는 사람을 섬길 수 있는 사람만이 신도 섬길 자격이 있다는 게 공자의 생각이었다.

젊은 시절, 수억 원을 들여 조선시대 유명 스님의 비석을 새로 세우려는 계획을 자랑하는 어느 큰 절의 주지 스님 말끝에 참 눈치 없게도 “큰 비석을 세운다고 그 고승께서 기뻐하실까요?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돌보는 게 더 큰 공덕이 아닐까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진중하지 못했던 점은 반성하지만 크게 잘못한 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신을 섬기는 것은 곧 사람끼리 평화롭게 살겠다는 약속이자, 영성(靈性)을 회복하겠다는 다짐이다. 사람 섬기기와 영성 회복에 소홀하다면 시주와 헌금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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