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농·친환경 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이 유동성 위기 속에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에 돌입했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미정산 대금 등 채무를 상환하고 조기 정상화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초록마을은 지난달 말 법원에 인가 전 M&A를 신청했다. 인가 전 M&A는 회생계획 인가 전에 기업을 매각하는 절차로, 회생 초기 단계에서 매수자를 확보해 가치 하락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법원의 승인까지 통상 1~2주가 소요되며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미 인수 의향 기업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록마을은 지난달 초 모회사인 정육각과 함께 긴급 기업회생을 신청한 바 있다. 정육각은 2022년 대상그룹으로부터 초록마을을 약 900억 원에 인수했지만, 이번 매각가는 이보다 크게 낮은 600억 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외식 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를 비롯해 친환경 농산물·식자재 유통업체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초록마을이 보유한 배송·오프라인 점포 경쟁력을 활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평가한다. 2022년 매각 당시에도 컬리, 이마트, 바로고 등이 정육각과 경합한 전례가 있다.
초록마을이 매각 절차를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는 미정산 대금 규모다. 초록마을 협력사 및 가맹점 피해자 모임 집계에 따르면 172개 협력사에 대한 미정산 채권액은 201억 6998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점포 임대료와 임직원 급여 등까지 포함하면 실제 상환해야 할 채권액은 더 늘어난다.
피해자 모임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경영 위기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납품을 요청했고, 회생 절차 전까지 어떠한 공식 안내도 없었다”며 “납품 중단과 생산 차질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복구 특별기금 조성 △미결 대금 지급 계획 공유 △협력사 보호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모회사 정육각은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 기업회생 신청 당일 소속 임직원 100여 명 전원이 권고사직 됐으며, 약 300억 원 규모로 평가되는 김포 물류센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해당 물류센터는 산업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으며, 매각 대금은 채무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정육각의 영업 재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록마을은 여전히 브랜드와 유통망에 일정 가치가 남아 있어 매각 가능성이 있지만, 정육각은 주요 자산 처분을 통한 채무 변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인가 전 M&A가 성사되면 채권단과 협력사 피해 최소화에도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