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늘고 재택근무 줄고…뒷걸음질 친 게임업계 노동환경

2025-01-05

67.4% 찍었던 재택근무 2024년엔 12.4%

이직 시도 사유, ‘미래 불확실성’ 응답 늘어

“10년 전과 비교하면 업무량이 10배는 늘어난 것 같아요. 중국 업체들 공세에 더해 이용자들 요구를 그때그때 들어주는 관행이 확산한 게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국내 유명 게임사에 10년 전 입사한 차장 직급 A씨는 경기 불황 여파로 얼어붙은 게임 시장 여파가 노동 환경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중국 업체의 공세에 더해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근무 시간이 과거와 비교해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게임 업계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노동 환경 악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4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 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게임산업 종사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4시간이었다. 2022년 41.5시간, 2023년 43.0시간에서 매해 소폭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고, 올해부터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에도 계도 기간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산업계 추세와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재택·원격근무 시행 비중은 2022년 코로나19 영향으로 67.4%였으나 2023년 13.5%, 지난해에는 12.4%로 감소했다. 실태조사 집단심층면접(FGI)에 참여한 게임업체 대표 B씨는 “좋은 인력을 채용하려고 어쩔 수 없이 복지 차원에서 재택근무 제도를 일부 도입해 운영 중이나 경영진 입장에서 재택근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며 “대형 게임사들도 대부분 재택근무를 폐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C팀장도 “원격근무는 생산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은 코로나19 때 경험해서 재택근무를 권장하거나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신작 출시 등을 앞두고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업계 관행인 ‘크런치모드’ 경험 비율은 지난해 34.3%로 2023년(38.2%)보다 낮아졌으나 2022년(19.1%)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크런치 시기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은 지난해 56.1시간으로 2023년 대비 4.5시간 증가했다.

종사자들은 게임산업 근무 가능 나이에 대해서는 평균 55.7세라고 응답했다. 직급별로는 직급이 높을수록 근무 가능 나이가 많았다. 직군별로는 기획과 프로그래밍의 근무 가능 나이가 다른 직군 대비 높게 나타났다.

게임산업 정년퇴직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하다’와 ‘가능하지 않다’가 각각 50.0%였다. 게임 분야 경력별로는 경력이 낮을수록 정년퇴직이 가능하다는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비교적 최근에 입사한 종사자들이 정년퇴직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가진 것이다.

게임 업계 근로자들의 고용불안도 과거 대비 높아졌다. 이직을 생각해봤거나 시도한 적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요 이직 사유를 물었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 불확실성’으로 응답한 비율이 63.9%였다. 2022년 36.5%, 2023년 53.7%에서 많이 늘어난 수치다. 2022년에는 측정 항목에 없던 ‘대기발령, 해고로 인한 퇴사’로 응답한 비율은 2023년 23.2%에서 2024년 33.9%로 급증했다. 보고서는 “고용불안에 따른 일자리 상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종사자들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