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가 개막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 한켠에서는 때아닌 탁구 경기가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평범한 탁구 경기와 다른 한 가지는 인공지능(AI) 실황판이었다. AI는 탁구대를 이리저리 튕기는 공의 궤적은 물론 플레이어들이 라켓을 어느 각도로 들어 어느 정도의 세기로 공을 쳤는지를 실시간 2차원 그래픽으로 보여줬다. 당연히 공이 이탈할 때마다 스코어도 바로 반영됐다. 탁구대와 탁구공, 라켓까지 모두 컴퓨터와 연결되지 않은 평범한 사물이었지만 IBM의 AI 모델 ‘왓슨X’는 인간보다 뛰어난 주변 상황 파악으로 심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해 MWC는 AI가 모바일 기기를 넘어 로봇은 물론 일상의 다양한 사물에 적용되는 이른바 ‘피지컬(물리적) AI’ 기술의 최전선을 보여줬다. 왓슨X는 양쪽에 달린 손잡이로 선수 모형들을 조작하는 구식 축구게임까지 보면서 선수 개개인의 실적까지 기록했다. 부스에서는 오락용 시연에 그쳤지만 실제 왓슨X는 세비야 같은 프로축구 구단의 선수 영입을 돕는 스포츠 매니저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게 IBM의 설명이다.
일본 이동통신사 KDDI는 편의점을 통째로 AI화했다. 부스 옆에는 ‘움직이는 편의점’으로 만들어진 자율주행 콘셉트카가 음료수를 포함한 다양한 편의점 먹거리들을 진열한 채 주차돼 있었다. KDDI는 향후 이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차를 호출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상품 재고 현황까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는 5년 간 100억 달러를 투자해 피지컬 AI를 포함한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알파 플랜’의 일환으로 다양한 로봇을 선보였다. 그중 하나는 기자와 오목 대결을 펼쳤다. 기자가 놓은 흑돌을 골똘이 보더니 이내 30㎝가 안 돼보이는 짧은 팔로 백돌을 섬세하게 집어들어 맞수를 놨다. 한번의 수로 두 개의 공격열을 만드는 ‘삼삼’이나 ‘사삼’까지 구사하며 23턴이나 승부를 끌었다. 그외 사람의 손동작을 실시간으로 따라하는 로봇손도 인기를 끌었다.
아랍에미리트(UAE) 통신사 이앤(e&) 부스에서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미라’가 관람객을 맞았다. 실제 사람과 흡사한 모발과 피부를 갖고 발화자를 향해 시선을 마주치는 것은 물론 카메라를 들이다대면 V자 포즈를 취할 줄도 알았다. 챗GPT 수준의 음성 대화는 기본이었다. LG유플러스는 상대방에게 퀴즈를 내고 맞추면 음료수를 손에 쥐어 건네주는 ‘앨리스’를 전시했고 일본 후지쯔도 ‘프라이빗GPT’를 말하고 표정짓는 얼굴 형태의 실물로 만들었다.
이번 MWC에서 피지컬 AI는 주요 세션의 발표 주제로도 오르며 중요도가 부각된 모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올 1월 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차세대 AI 기술로 피지컬 AI를 점찍었으며 트렌드포스는 로봇용 대형언어모델(LLM) 시장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 평균 48.2% 성장해 1000억 달러(146조 원) 규모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