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새 선거’ 논의, 미·러 회동 앞두고 등장
“불법 대통령” 젤렌스키 정당성 딴지 걸어온 푸틴
우크라 ‘부패 스캔들’…결국 종전협상 악영향 되나
종전협상 향방, 이번주 윗코프·푸틴 만남에 달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정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선거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당성을 문제 삼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거취가 평화협정 조건과 연계된 변수로 다뤄질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급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잠재적인 새 선거 일정이 다뤄졌다고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새 선거’란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치러지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선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해 지난해 5월로 5년 임기가 끝났지만 전시 계엄령을 근거로 정권을 이어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임기가 끝난 젤렌스키 대통령을 “불법 대통령”이라고 칭하며 협상 상대로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당사국 간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인데, 이는 종전 돌파구 마련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취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목표로 내건 ‘탈나치화(친서방 정권 제거)’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우크라이나에선 전쟁 중 새 선거를 치르는 것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이며 러시아의 선거 개입 공작에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최근 재개된 종전 논의가 위태롭게 이어지자, 협상을 끌고 가려는 미국이 러시아의 ‘정당성 공세’를 차단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대선 로드맵 논의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 측근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선거 문제가 종전 협상 조건의 일환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약화하기 위해 젤렌스키 정권의 부패 스캔들을 강조하고,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투명하지 않게 쓰였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종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엔 몇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있지만, 러시아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패 스캔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최측근이자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을 이끌었던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날 회담을 앞두고 사임한 일도 러시아나 미국이 부패 스캔들을 지렛대 삼아 우크라이나에 고통스러운 양보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내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날 회담에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영토 교환,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문제 등 핵심 쟁점들도 같이 다뤄졌으나 합의로 나아가진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협상단 수석대표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회담이 “생산적이었다”면서도 “앞으로 해야 할 더 많은 일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끈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도 “이번 회담은 생산적이고 성공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이날 핵심 과제는 ‘협상 과정에서 모든 정보를 전달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전했다. 러·우크라 종전 협상을 이끄는 트럼프 정부의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 고위 인사와 통화한 내용이 최근 유출된 이후, 우크라이나 측에선 미국이 여전히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치우쳐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전 구상을 위한 평화 협상 향방은 조만간 이뤄질 미국과 러시아의 회동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윗코프 특사는 이날 미·우크라 회담 결과를 토대로 푸틴 대통령과 추가 논의를 하기 위해 1일 모스크바로 떠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을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이 격전지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