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 12.5%는 못 지켰지만 농축산물 시장은 지켰다 [韓·美 관세 협상 타결]

2025-07-31

대통령실 협상 결과 브리핑

정부 ‘車 FTA 무관세’ 주장하며 절충

트럼프 ‘일괄 15% 원칙’ 고수로 불발

대미투자 조선 제외 2000억弗 수준

직접투자보다는 대부분이 대출·보증

“美 진출 관심있는 기업에 좋은 기회”

대통령실은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자동차 관세를 더 낮추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쌀과 소고기 등 민감한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저지한 점은 성과로 평가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우리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쌀·소고기는 막았으나 아쉬운 자동차 관세

대통령실은 이번 협상과 관련해 자동차 관세 12.5%가 관철되지 않고 15%로 결정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는 자동차 관세를 12.5%로 해야 한다고 마지막까지 주장했으나 미국 측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12.5%를 주장했으나 거기까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유럽 같은 경우에도 다 그냥 15%”라고 말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자동차 분야에서 사실상 무관세였고 일본은 2.5%의 관세를 적용받았다. 이로 인해 이번 관세협상에서 일본이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 15%를 적용받는다면 우리나라는 2.5%포인트 낮은 12.5%를 적용받아야 맞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김 실장은 미국 정부 측이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괄 15%’ 원칙을 고수한 탓에 조정 여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농축산물 협상과 관련해 김 실장은 “(협상 과정에서) 당연히 고성이 오갔을 것”이라며 해당 분야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음을 드러냈다. 미국 측은 소고기 수입 시 30개월 월령 제한을 두는 나라가 전 세계에 3곳뿐이라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고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한국이 미국 소고기 수입 1위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우리 정부 내에서 협상 전략을 논의할 때에도 부처 간에 고성이 오가고 그런 상황이었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농축산물이 가진 정치적 민감성, 우리의 역사적 배경 등을 충분히 감안해서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막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농산물도 개방 대상으로 적은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 지도자의 표현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투자펀드 2000억달러… 日 36% 수준”

대통령실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서는 조선 분야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사실상 2000억달러 수준이고 이는 일본의 36%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일본과의 경제 규모 차이를 고려했을 때 우리의 대미 투자펀드 규모가 작지 않다는 비판이 일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가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일본과 우리의 투자펀드 규모를 경제 규모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며 “한국과 일본의 2024년 기준 무역 적자는 규모가 유사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총 3500억달러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더욱이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 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한다면 우리의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등 분야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00억달러 규모의 투자펀드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우리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 실장은 “펀드의 투자 분야를 고려한다면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미국 진출에 관심이 있는 우리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펀드의 세부사항과 관련해서 김 실장은 “2000억달러 중 투자도 일부 있을 것이지만 제가 볼 때는 직접 투자는 비율이 높지 않을 거고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일 것으로 본다”며 “보증이 제일 많을 것 같고 직접 투자는 비율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매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0억달러를 전부 투자하는 이런 우리가 생각하는 펀드 구조하고는 많이 다를 것”이라며 “우리 나름대로 일본 펀드를 심층 분석했다. 안전장치들을 (우리가) 훨씬 더 많이 포함시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