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김규태, 새벽 5시반부터 연습그린 지켰다

2025-08-10

골프의 메이저리그 - PGA 투어를 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장의 연습 그린은 선수들과 캐디, 코치들이 엉켜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럽다. 티타임에 맞춰 선수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 적막이 내려앉는다. 비가 오기도 하고, 찬바람이 불다가 햇볕이 작열하기도 한다. 그 연습 그린을 묵묵히 지키는 인물이 있다. 한국인 김규태(35·위닝퍼트 대표) 코치다.

스승인 스티븐 스위니가 그린에 없을 때처럼, 마땅히 쉴 법한 상황에서도 김 코치는 자리를 지킨다. 사람들은 오히려 곰처럼 우직한 그의 모습에 마음을 연다. PGA 투어의 선수들은 장승처럼 늘 자리를 지키는 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토미 플리트우드는 그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너무나 아쉽다. 연락처를 달라”며 친구가 됐다. 가끔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김 코치는 선수들의 퍼트 연습 성향도 대충 안다. 그는 “저스틴 로즈, 저스틴 토머스, 콜린 모리카와는 일반 스윙도 완벽함에 가깝게 정석으로 하고 퍼트도 그렇다. 거울 등 연습도구를 많이 사용한다. 퍼트 하나를 해도 매우 분석적이다. 반면 셰인 라우리, 더스틴 존슨은 감각적으로 퍼트한다. 연습하면서 내기도 하고 코치에게 미션을 받아 퍼팅하곤 한다”고 전했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 골프 금메달리스트인 김종필(62)씨가 김 코치의 부친이다. 김씨도 성실하기로 유명했는데 아들 김 코치는 더 했다. 주로 KPGA 2부 투어에서 뛴 김 코치는 “연습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는데 성적이 안 났다”며 “돌아보면 운동을 너무 많이 해 필요 없는 근육이 많았고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2020년 선수 생활을 접고 장기인 퍼트 전문 코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후배들이 나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2021년 1월 모리카와 등을 가르치는 퍼트 구루 스티븐 스위니가 제자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스위니는 아시아에서 온 그를 반기지 않았다. 노하우만 적당히 배워가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해 1월부터 8월 말 플레이오프 최종전이 끝날 때까지 매일 새벽 5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그린을 지켰다. 그린이 비는 낮에는 임성재, 이경훈 등의 연습라운드나 경기를 따라 나갔다. 그는 “아침은 커피와 빵 등을 먹었고 점심은 거의 못 먹었다. 저녁은 임성재나 그의 가족이 매일 사줬다. 눈물 나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2022, 23년에도 3개월씩 PGA 투어에서 연수했고, 올해도 스승 스위니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 대회들을 돌았다. 스위니는 그를 가장 신뢰한다. 그는 선수 경험도 있고, 세계 최고 퍼팅 코치에게 배운데다, PGA 투어 대회에 다니며 노하우도 체득했다. 퍼트 전문 코치 중에서는 한국, 아니 아시아 최고일 것이다. 그에게 퍼트를 배운 옥태훈이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승을 거뒀다. 김종필씨가 어릴 적 옥태훈의 스윙을 만들어줬는데 그의 아들이 퍼트 코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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