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가입을 선동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리아인이 테러방지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시리아인 A씨가 테러방지법 17호 3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지난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2007년 한국에 온 A씨는 시리아 내전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허가되지 않았다. 이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A씨는 폐차장 등에서 일하며 국내에 머물렀다. A씨는 2018년 7월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IS 가입을 권유·선동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IS 대원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링크를 게시하는 등 관련 게시물을 여럿 올려 ‘선동’한 혐의를 받았다. 또 동료에게 자신이 직접 소총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IS 가입을 ‘권유’한 혐의도 적용됐다. 국내에서 테러방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첫 사례였다.
1심은 A씨의 ‘가입 권유’ 부분을 무죄로, ‘가입 선동’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모두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테러단체 활동을 찬양·고무하거나 지지·호소하는 수준을 넘어 선동했다고 보기에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A씨가 IS 지지 의사를 표현했을 뿐, 타인에게 가입을 선동했다는 점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대법원은 다시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IS에 가담·동참하는 행위를 고무하는 취지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을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의 ‘가입 권유’ 부분은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A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테러방지법 17조 3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이 조항에서 ‘테러단체 가입을 지원하거나 가입을 권유·선동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 ‘권유’와 ‘선동’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표현의 자유 제한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헌재는 ‘가입 권유’ 부분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청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헌재가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헌재는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헌법소원이 인용되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없어 청구인에 대한 무죄판결을 다시 다툴 수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법원에서 ‘가입 권유’에 대해 무죄를 확정지었으므로 위헌 여부를 가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가입 선동’ 부분에 대해선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선동의 수단이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음이 문언상 명백하므로, 말이나 글로 이루어진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 등 비언어적 표현 역시 선동의 수단에 포함될 수 있다”며 위헌 요소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테러의 실행 또는 실행의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해 테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및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공익은 중대하다”며 이 사건 조항으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