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수출 20% 줄은 韓보안산업 "공공 의존 땐 기술도 후퇴"

2025-12-04

국내 보안 기업들이 수출이나 민간 내수 시장보다 공공 발주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연구개발 여력 감소→기술 경쟁력 약화→국가 사이버 위협 확대’ 수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킹이 급증하고 인공지능(AI) 전환이 속도를 내는 글로벌 추세를 발판 삼아 보안 산업을 국가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산업 전반의 사이버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논리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가 최근 발간한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보보안기업들의 해외 수출규모는 지난 2023년 1478억 원에서 지난해 1243억 원으로 15.9% 하락했다. 전년 4.8%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보안 업계의 전체 매출은 15.9%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국내 보안 산업계의 내수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내수 중에서도 민간 비중은 줄었다. 업계 매출의 민간 비중은 지난해 61%에서 올해 59.2%로 감소했다. 반면 교육기관 등 공공 시장 비중은 같은 기간 39.1%에서 40.8%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감소, 공공 의존은 국내 보안 업계의 구조적 문제”라며 “해킹 증가로 글로벌 보안 수요는 늘고 있지만 현지 규제에 대응해 해외에 조직을 갖추고 시장을 개척할 정도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의존 구조를 끊지 못한다면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 대다수 기업이 보안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기 보다 외부 보안 기업 솔루션을 활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보안 업계의 성장성 저하는 결국 산업 전반의 사이버 방어 능력 하락과도 직결된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의 진입으로 내수 민간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팔로알토 네트워크가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도 국내 전용 클라우드 제품을 내놓는 등 해외 기업의 국내 공략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이버 보안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사이버 위협 대응 능력 확대와 경제 기여 강화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한국의 온라인 네트워크는 다른 나라보다 복잡한 구조로, 그동안 국내 보안 기업은 이런 환경에 맞추기 위해 높은 기술 수준을 구축했다”며 “사이버 보안의 수출 산업화는 가야 할 방향이자 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영국과 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는 국가 안보과 경제라는 두 토끼를 잡기 위해 사이버 보안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영국은 2009년 사이버 보안을 국가 안보 의제로 공식화한 이후 2018년 수출 전략 마련, 올해 9월 ‘액션 플랜’ 발표 등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제도 개선은 물론 해외 공공기관 연결, 무역 사절단 파견, 고객 맞춤형 보안 패키지 제안 등 수출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영국의 사이버 보안 수출액은 2018년 21억 파운드(약 4조1261억 원)에서 2023년 72억 파운드(약 14조 1183억 원)로 243% 증가했다.

이스라엘도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육성을 국가 전략의 한 축으로 삼으며 관련 분야 유니콘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이스라엘 보안 스타트업인 체크포인트의 시가 총액은 3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구글이 320억 달러(47조원)에 인수한 위즈나 팔로알토네트웍스가 250억 달러(37조원)에 인수한 사이버아크 역시 이스라엘에서 나왔다.

업계에서는 전용 펀드와 같은 자금 지원은 물론, 소버린AI 구축 사업과의 연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장 교수는 “국내 보안제품이 소버린 AI 생태계 안에서 검증되고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해외 수출 확대와 국제 표준화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산업화의 관점에서 공공 시장을 더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의 대표적인 문턱 중 하나는 주요 사업 실적”이라며 “보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사업 실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 보안 시장의 발주를 확대하거나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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