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개인적으로 전기차를 싫어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출범 첫날부터 마치 전기차처럼 튀어나갈 것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2년 뒤 미 의회에서 중간선거도 있어 (관세 등 통상 정책에서) 굉장히 속도전을 펼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를 수단으로 각종 외교 정책을 구사할 것이 확실시된다. 조 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에 각각 지명된 케빈 해셋과 제이미슨 그리어 등의 정책 기조는 1기 때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고 평가했다.
조 실장은 “1기와 2기 차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화당 내 지분”이라며 “사사건건 충돌했던 1기 내각과 달리 2기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굉장히 충성도가 높은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수나 이코노미스트와 비교해 특히 월가나 기업인 출신의 경우 실무적 성향이 강하고 미국 중심주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 한국에는 더 부담스러운 인사”라고 분석했다. 상무부 장관에 지명된 하워드 러트닉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 재무부 장관에 지명된 스콧 베센트는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다.
조 실장은 한국은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등 이미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실장은 “예를 들어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기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지역구 의원들이 한국 편을 들어 줄 것이라는 데 100% 낙관해서는 안 된다”며 “낙관하기보다는 투자 부분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아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보호무역주의가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관세 등으로 중국산 제품에 장벽을 높이면 그 제품이 신흥국으로 향하게 돼 한국산 제품과의 경쟁이 강화하고, 또 신흥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 가드 등으로 수입 문턱을 높이는 게 한국으로서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다.
1400원대 중반의 높은 원·달러 환율도 관세 부과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 실장은 경고했다. 미 통상법상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거나 달러 가치가 급락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실장은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수출 기업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할 뿐만 아니라 통상 측면에서 환율 조작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강달러’를 원하지 않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언급되는 건 한국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실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확실한 한국의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통상과 관련해 미국 관점에서 한국은 1순위가 아니다”라며 “중국은 상수이고, 캐나다·멕시코에 이어 다음은 독일·베트남·일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어차피 한국도 언젠가는 순서가 올 것”이라며 “당장 미국을 상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여건이라 어차피 다른 나라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면 그 시기가 올 때까지 내부적으로 단단히 준비해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